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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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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07. 2018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목표

마라톤도 책도 인생의 모든 일도!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은 속뜻을 깨달은지는 얼마 안 되었다. 일단 내 첫 마라톤 입문은 10km 단기 마라톤이었다. 대회 2주전에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3km도  달려본 적 없었다. 인생에 한 번쯤 완주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다가 이웃 블로그 글에서 <마라톤 완주> 글을 보고 승부욕이 든 것. 일단, 아무 것도 모르니 지원군이 필요했다. 같이 뛰는 사람이 있어야 동기 부여도 되고 안전할 것 같았다. 주변에 달리는 친구를 못 봐서 가족들에게 참여 도모를 했는데, 아빠가 대수롭지 않게 신청해보라고 해서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벌벌 떨면서 신청했다.


제대로 된 훈련방법도 몰라서 8km부터 뛰어봤다. 뛰어졌다. 다음날, 10km 뛰어봤더니 뛰어졌다.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완주할 수는 있겠구나!” 그러고 나니 조금 욕심이 났다. 마라톤 기록이라고 내세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싶다. 아는 운동한다는 친구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마라톤 참가 기록이 있었다. 그 친구의 기록은 55분대였다.‘아 잘 하는 사람은 이 정도구나. 그 정도는 못 하니 60분이라도 목표로 삼자.’ 주변에 조언을 구할 데도 없으니, 달리다가 모르는 게 많이 생겨 지식인에도 물어봤다. 한 고등학교 육상선수 친구가 답을 달아주었다.


내 기록은 비공식적 61분이다. 러닝 어플에 기록된 것도 아니고(중간에 꺼져서), 기록칩을 단 대회도 아니었으니(왜 기록칩을 사용 안 했을까 의문이지만) 출발시간과 도착 시간을 단순히 뺀 게 61분인 셈이다. 주변에 비교할 사람도 없다 보니 이 기록이 잘 뛴 건지조차 잘 모르겠고 일단 내 목표에 근접했다는 것에 매우 만족했다. 주변에 학교에서 마라톤 동아리를 하는 친구에게 기록을 물어봤더니, 그 친구도 똑같이 10km 61분이라기에, "기록 똑같네!" 하면서 기뻐했다.  러닝 크루에 들어오니, 내 기록이 좋았던 거구나 새삼 느꼈다. (본격적 러닝 한지 2주밖에 안 되었으니 더더욱!) 역시 오기 하나는 대단하구나, 나. 


그 날 유독 비가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아르바이트비 절반 털어 새로 산 신발도 흙탕물이 되어 속상했다. 그래도 좋은 신발 하나는 4~5년도 신는다며, 요즘 이 신발로 아주 쌩쌩 달리고 있다. 이번 8월 대회는 2번 더 남았다. 러닝 시작하고 몇 km나 달렸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80km~100km는 달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보통 과체중 살 빼려고 달린다. 나는 평균체중에서 2kg 모자라서 살도 빼면 안 되는데, 달리는 게 좋아서 달린다. 근력 운동 해 본 사람은 알 거다, 재미없다는 걸! 풀 마라톤, 국제마라톤 등 검색만 해보면서 다른 마라토너가 쓴 칼럼이나 글 읽어 보기도 하고. 짬짬이 마인드셋 중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걸 요즘 느낀다. 단기간에 목표를 성취하는 게 나름 희열이 있다 보니(10km 마라톤 완주처럼) 그런 쾌감을 구하고자, 목표를 높게 잡고 헤딩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에너지 소진도 된다. 장기적인 페이스로 내 삶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 하프마라톤, 풀 마라톤, 책 출간 등은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럴 때일수록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결국 완주하면 성공이다. 또 완주만 한다고 성공도 아니다. 이 역설은, 완주도 중요하지만 완주를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탄탄히 준비할 때, 그 과정은 본인의 실력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비록 요즘 출판사 투고와 거절의 고배를 마시고 있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1월보다는 뚝딱뚝딱 글을 지어내는 실력이 쌓인 것처럼 말이다. 어차피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모두 이제 시작이다. 운동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5km, 10km 마라톤을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했으니 하프, 풀도 완주 목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하겠다. 


‘마라톤 강좌’로 5km 이상 달려본 사람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풀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성공케 끔 한 <마라톤 풀코스 16주 완주 프로그램>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처음에는 훈련 일정을 보고 완전히 질려버렸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거리에만 집중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단번에 해치울 수 없다 하더라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보면,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 42.195킬로미터는 잊어버리고 하루에 훈련할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넘기 어려운 큰 산도, 주변에서 말리는 일도, 모든 책의 시작도, 내 사업의 꿈도, 개최하고자 하는 페스티벌도 모든 일의 시작은 큰 목표와 세부적인 실천 단계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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