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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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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08. 2018

서울 살이, 제주 살이

제주 워킹홀리데이

서울살이 1년 반 차. 이사 계기는 뜬금 없었지만 꿈꾸던 파란 간선버스로 집에 갈 수 있고 중랑천이 흐르는 동네에서 살게 되었다. 집과는 멀지만 한강변에 가면 남산타워는 볼 때마다 나를 설레게 한다. 중심지는 아니어도, 웬만한 서울은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다는 교통의 편리함이 좋아졌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역세권에 편리함이 가득하고 활기차 조용하고 아이와 할머니가 많이 사는 지금의 동네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진 않았다(유아, 노인 분들이 많이 사는 게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젊은 층이 즐길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점점 이 집이 그 집이고 적응이 되며 동네의 매력을 찾았다. 카페 주인과 친해지고, 맛있는 맥주집을 발견하고, 밤에 달리러 나갈 수 있는 강이 있다는 장점을 찾아가며 소소한 정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서울 좋다할 때는 언제고, 이번엔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두달 전 게스트하우스 스텝 등을 찾아봤는데 망설였다. 현실도피 같기도 하고, 아직 서울에서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못 떠나는 거라고 나름의 이율. 서울 살이가 익숙해질 즈음, 얼마 전에 동생이 <제주 워킹홀리데이> 모집 공고문을 보내주었다. '워킹 홀리데이? 캐나다나 호주도 아니고, 제주에서?'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약 두 달 전 제주 살이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 등을 알아보다가, 현실도피같아서 그만두었지만. 이번 것은 좀 달랐다. 공고문을 읽어보니 취지는 꽤 괜찮았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청년들의 일손 제공'으로 해결해보려고 시도하는 한 사회적 기업의 프로젝트였다. 2주간 청귤 농장에서 일을 하고, 2주간은 그렇게 번 임금으로 서핑,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스포츠와 명사특강, 창업 발표 등 제주를 즐길 수 있는 1일 1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사실 한 달이라는 기간이 체험자 입장에선 굉장히 길게 느껴졌기에 처음에는 공고문을 흘려 읽었다. 그런데 점점 '혹시 이거 나에게 주어진 기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당신은 도전자입니까?>라는 책을 읽던 와중, 무전 미국로드트립, 아마존 마라톤, 독도 수영단, 해병대 등 도전 인생을 산 저자가 나의 도전의식을 쿡쿡 찌르고 있던 차였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에서 "진군하라!" 명령을 내려 적군을(인원이 훨씬 많음에도) 혼비백산 만들고 승리를 거둔 게티즈버그 전투의 체임벌린 장군의 이야기가 떠올라다. 농촌이라면 꽤 좋아해, 한 때 농활요정으로 불리던 나였다. 제주에서 스쿠버다이빙 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에 줄을 그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일단 9월 한달 제주 살이를 준비해보려 한다. 나도 100% 자신감으로 추진하는 건 아니지만, 모른다. 지금의 나의 선택에 대해 "아 정말 최고였어. 그런 용기를 내다니."하는 미래의 나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일을 100% 확신하고 시작하는 일은 없다.  나는 2년 전만 해도 2주 해외봉사를 준비하면서도 벌벌 떨었다. 해외에서 무사히 봉사를 하고 올 수 있을까 한약방에 가서 한약까지 지어서 갈 정도로 한 때 나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 -술만 퍼마시고 온 탓에 약은 고스란히 캐리어에 보관되어 다시 들고왔다. 그만큼 걱정은 할 필요 없었던 거다.- 모쪼록 준비라고 해봐야, 건강한 체력과 약간의 개인 돈 정도. 붙으면 비행기 티켓. 100% 돈이 안 드니 제주 살이의 꿈을 꿀 수 있는 최상의 기회다! -농촌에서 일을 하고 받은 임금이 숙식, 체험비가 된다. 그 사회적 기업이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체험 프로그램 이름은 '파머스사이드'의 'jejuro'. 이 글은 사회적기업 홍보 목적이 아니고, 이 기업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은 것도 아니며 순수하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까 고민하는 한 20대의 글이다. 이 글을 기업에서 보면, 나 좀 붙여주시라. 이렇게 열정이 있는데! 지원은 10일까지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 직접 할 수는 없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괜찮다. 만약에 여자 4명 안에 붙어서 내가 되면, 체험기를 글로 공유할 테니깐. 간접체험으로 제주 살이 대신 느껴보면 된다.


지원은 instagram @cafe_woodnote_ 나 인스타그램에 '파머스사이드' 태그 검색하고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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