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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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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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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ID는 강남미인이 드라마화되면서 웹툰 재연재가 되고 있다. 주인공 미래는 어릴 적 못 생긴 얼굴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뿐더러 외모에 대한 자신감 하락 자존감까지 하락하였다. 고3이 끝나고 대학에 들어가며 미래는 전면적인 얼굴 성형으로 새 인생을 꿈꾼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그녀에게 붙여진 별명은 ‘강남미인’.


“강남역 가면 널린 년이” 등 입에 못 담을 욕을 들으며 그녀는 변한 외모에도 자존감이 그대로다. 주변에서 예쁘다고 하면 “내가 왜..? 대체 왜 나를?”하며 말 끝을 흐린다. 본인이 주변에서 외모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들 얼굴을 보면 등급부터 매긴다. 그런 미래에게 남주 수호는 “너의 못난 마음부터 고치라.”고 말하지만, 그녀가 당한 수모에 그가 그럴 말 할 자격이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반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의 순위를 매기고 대학 단톡방에서 오가는 외모 평가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TV를 보며 무의식중에 하게 되는 “어머, 오랜만에 쌍수했네.” “코 높아졌네.” 등도 다 외모 비평과 관련된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몸매가 예쁘네.”하는 것도 다 평가다.


나 역시 어느 순간 나 스스로 평가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 대해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겉모습을 평가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곤 평가의 시선을 버리고자 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했다.


주인공 미래처럼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내 인생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음을. 더 멋진 인생 못난 인생이 없는 건데.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꾸만 높은 잣대를 가지고 나를 몰아세웠음을 인정한다. 나에 대한 채찍질만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숫자로 평가되는 인생은 끊임없이 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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