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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14. 2018

채식, 그리고 육식

6개월차 채식주의자의 채식에 대한 생각

나는 6개월 째 채식을 실천중이다. 나의 채식은 순전히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내 몸이 더 건강한 상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작년 가을에 잠깐 시작을 하려다가, 채식에 대한 100% 확신이 없어서 포기하곤 올해 2월 채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월에 유럽 여행을 다닐 때 만난 외국인 채식주의자 친구들이 한결같이 "채식을 하면 영양이 부족하다는 건, 육식업계에서 주입한 생각이야. 얼마든지 채식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라고 말했기 때문. 


이런 말을 듣고 나서 외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나는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보통 채식주의자는 '건강''동물''환경' 3가지 이유로 채식을 실천한다고 한다. 이 3가지 이유가 골고루 어우러질 때, 채식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쉽다고 한다. 물론 채식을 하며 애로사항도 많았다. 6월까지는 자유로운 조직인 대학에 몸담았기에 대학에서는 채식 메뉴를 골라 먹거나,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 되었다. 어울리는 친구들에게도 "나 채식해."하면 응원해주었다. 그런데 회사 같은 조직에 몸담거나 사회생활을 하면 불가피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될 때 '식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불편함이 될 수 있겠구나.


세계에서 가장 채식인구가 많은 독일은 800만명, 우리나라 채식인구는 추정치 100만명이라고 한다. 7년째 채식을 하며 채식 모임에 참여하는 한 채식인의 말로는, 웰빙 열풍이 불었던 2004~5년도에 채식에 관심가지는 분들이 많아 모임 인원이 늘었다고 한다. 그 열풍이 사그라듦과 동시에 채식 관심도 줄었다가, 요즘에 다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관심에도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하지 않는 문화와 작은 채식 시장 규모 때문이다. 출처 : 김태언, "시장 규모도 사회 인식도 '채식 실천' 어려운 한국", <조선일보>, 2016.02.28 16년도 이야기이지만, 체감상 아직 눈에 띄게 달라졌다곤 볼 수 없다.


일상에서도, 소규모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라면 조심스레 채식 식당을 권유해보거나 다양한 메뉴를 파는 음식점을 갈 수 있으나, 아예 육식 메뉴만 파는 곳이라면 다르다. 고기집에서는 냉면만 먹고도 만 원 이상을 내고 올 수도(보통 모임 값의 n분의 1을 하니), 치킨집에서는 무와 샐러드와 맥주만 먹고 올 수도 있는 셈. 나 역시 6개월간 고기를 딱 5번 정도 먹은 적이 있는데 치킨, 설렁탕, 고기, 스테이크 한 조각, 닭백숙 등이 그것이다. 물론 "채식해요!"라고 말하면서 육식을 당당히 했다고 말하는 게 웃기지만, 고기를 먹던 일상에서 갑자기 채식으로 바뀌기 어려웠노라, 종종 주변에서 고기집을 데려갔는데 먹을 게 없었노라 같잖은 핑계를 대 본다.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가 공존하려면, 서로에 대한 반감의 감정을 가지고 공격해서는 안 되겠다. 물론 동물, 환경 쪽의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시는 분들은 육식을 격렬히 비판하는 분들도 계시다만. 사견으로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격적으로 전달되면, 상대방은 자연스레 방어 모드를 취하게 된다. 그렇기에 "육식이 나빠."보다는 "채식은 이런 점에서 좋아."라고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해주면 어떨까. 씨알도 안 먹힐까? 아무쪼록 육식과 채식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혹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그런 유토피아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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