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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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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24. 2018

타자의 손길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건너편 의자에 흘러내리듯 앉아 눈이 붉어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했다. 20대 중후반이 되었을까, 나와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괜한 염려이겠거니 내릴 역이 되어 객차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뒤에서 내리는 그 여자를 보았다. 마침 같은 곳에서 내린 것이다.


뒤에서 눈이 충혈된 채 울며 걸어오는, 살짝 휘청거리는 사람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내 길 가는 게 매몰차게까지 느껴져서,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점점 늦어졌다. 기어코,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그 사람에게 물었다.


“아 괜찮아요.”

말투에서 뾰족함이 묻어났다. 나를 살짝 치켜올려 보는 듯도 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인 것 같기도 했다. 그 뾰족함이 무엇일까 잠깐 생각했다. 그 사람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낯선 사람에게 괜찮느냐 질문받을 정도로 내가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저항심에 “괜찮다고” 말한 것이다.


“괜찮냐” 질문할 때 난 슬픔이란 감정에 같이 빠졌다. 진심이기도 했다. 다만 그 사람에겐, 오지랖이었다. 타자인 내가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사람이 취하긴 해도 제 갈 길 가고 있었고, 내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도 아니고. 물리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머쓱해져 뒤를 돌아 내 갈 길 가는데 반대로 내가 울고 있고 누군가 괜찮냐 물어보는 장면을 상상했다. 음, 나는 고마울 것 같은데. 사람은 다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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