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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03. 2018

카페의 책을 탐하다

몇 달 전,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에 저자의 친필 사인이 있는 것을 보고 설렘이 들었다. 누구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잘 읽으라는 메시지여서 꼭 내게 전해진 기분이 들었고, 저자가 직접 모교에 기증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도 펼쳐보았다. 그런데 오늘 개인 작업도 할 겸 들린 좋아하는 카페의 서재에 그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친필 사인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와 카페 주인의 공통된 취향을 찾은 것 같다. 게다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꽂혀있는 카페라니. 잘 모르지만 전후무후할 거다.


카페에 가면 책이 꽂혀있는 서가를 자주 만난다. 카페의 서가를 훔쳐보는 재미 중 하나는, 이 카페 주인이 이 책들을 대부분 읽고나서 꽂아 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카페의 분위기의 주인이 이런 책들을 읽었구나, 그들의 취향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자연스레 서가의 책을 살펴보게 되는데, 서점 베스트셀러 1~3위를 꽂아놓은 듯한 카페에는 실망을, 케케 묵은 책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지만, 이 곳에 폭 빠져 책만 읽고 싶어지는 카페에는 다정함을 느낀다.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카페에 감각적인 디자인 잡지가 꽂혀있는 성북동의 <숑디인오하라>, 타로와 사주를 봐주는 카페지만 핫초콜릿이 맛있고 마치 아지트처럼 카페에 책들이 쌓여있는 왕십리의 <드뷔시산장>, 4층 통유리 창문으로 도봉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한 눈에 보이는 도봉산의 <산과산사이 커피로드>. 커피 맛이 정말 맛있는, 파란 간판이 인상적인 신중동의 개인 카페 <테이크아웃 로스팅>.

 

돌이켜보면, 단순히 커피 맛뿐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이사오기 전 동네는 집 근처에 개인 카페가 많은 카페 거리가 있어, 카페 탐방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 동네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카페들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내가 그 동네를 좋아한 이유도 어지간히 보인다. 살던 동네를 추억하게 해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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