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는 저자가 원고를 주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린 것 고치는 일을 하는 거예요?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온다. 생각해보니, 일반 사람들이 편집자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 리가 없다. 모든 직업이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구체적인 것이 된다.
그럴 때면, 나는 편집자는 책 기획에서부터 원고, 디자인, 교정과 인쇄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책이 나오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편집자란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추가적인 질문을 던진다. 연봉은 얼마나 돼요? 하는 일은 어때요? 일하면서 뭐가 젤 좋아요? 뭐가 젤 힘들어요? 등등... 주변에 질문을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연봉은 얼마나 돼요?
일단 출판사는 예전부터 박봉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는 슬프지만... 사실이다. 이렇든 저렇든 요즘 경제도 힘든데, 엄밀히 말하면 책은 생필품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연 독서량이 많지 않고 책 값도 외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니, 출판사 사장님만을 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월급쟁이로서 매달 25일... 월급 통장을 보면 역시 한숨이 나온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취업 준비생이고 직업을 선택할 때 연봉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당신의 잡 리스트에서 편집자는 가차 없이 지워라.
하는 일은 어때요?
가장 모호한 질문이다.
할 만해요...? 그러니, 지금껏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 거다.
일하면서 뭐가 젤 좋아요?
일단 난 책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이 박봉이라는 슬픔을 이겨내고 내가 이 직종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이 일을 한 지가 제법 오래돼서 가끔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여러 가지 분야의 다양한 글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외에도 편집자는 책상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공식적으로 즐길 수 있는 직업이다. 편집자는 글을 통해 그 작은 공간에서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다가 운 좋게도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자유다. 물론 마감이 우리의 사이를 갈라놓긴 하지만, 그것 또한 월급쟁이의 숙명이다. 좀 더 사귀고 싶으면 퇴근 후 데이트하도록... --;
뭐가 젤 힘들어요?
마감때는 어김 없이 편두통이 찾아온다
마감마감마감....마감을 생각하면 이 일이 참 고되다. 잘 정리된 원고를 받아 즐겁게 읽고 교정만 보고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장님들이 직원을 부리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유자적하게 책상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원고를 읽어내리던 그 편집자는 마감이 한 달 전으로 다가오면 초초해지기 시작한다. 슬슬 야근이 늘어나고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밤 11, 12시, 어쩌면 3시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빈도가 늘어난다. 책상에는 그 날 마신 커피잔 3, 4개가 쌓여 있다. 직업병인 목디스크는 마감 때는 더 기승을 부린다. 게다가 상사 쪼임 쇼크가 오면 편두통이 따블로 엄습하기도 하는데, 이 때는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두통약을 따따블로 먹어줘야 한다. 마감 시즌의 심한 두통에는 약 한 알로는 택도 없고 약을 먹고 효과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다, 마감 일주일 전이 되면,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이때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왠만하면 나를 건들지 않는다. 이때는 오류가 나지 않도록 나에게 있는 모든 신경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혹시 놓친 오류는 없는지, 하시라는 제대로 들어갔는지, 아이콘이 날라가진 않았는지, 잘못된 그림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등등.... 막판에 체크해야 할 것들을 재점검한다. 그러다가, 이 정도면 되었다라는 안심이 들면, 데이터를 책 배열표, 인쇄 컬러 견본과 함께 인쇄소에 넘긴다. '휴... 이제 나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
나는 마감이 끝나면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약속을 잡지 않고 칼퇴근을 한다. 그리고 밀린 잠을 몰아 자며 조용히 집에서 쉰다. 물론 푹 쉰 후에는 미뤄뒀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잡고 술 한 잔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