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컨텐츠

중구난방 좋지 않다

by 김세중

오늘 한 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드라마를 합작해서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제작진의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과 기획력이 주목받으며, 한일 콘텐츠 합작이 단순 협력을 넘어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분담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은 제목에 '한국, 텐츠 제작 허브로 부상'이라고 했다. '컨텐츠'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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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으로 된 설명에서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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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 된 일인가. 기사 본문에서는 '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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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신문의 같은 기사 안에서 제목 다르고 본문 다르니 정신 사납다. 콘텐츠컨텐츠가 뜻이 다른가. 다를 리 만무하다. 같은 단어다. 그런데 왜 제목에서는 컨텐츠, 본문에서는 콘텐츠인가.


con을 '컨'이라 하려는 움직임이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콘서트라 하지 않고 컨서트라 하는 사람이 생겨난 것이다. 왜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는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뚜렷한 이유는 없이 왠지 '콘서트'보다는 '컨서트'가, '콘텐츠'보다는 '컨텐츠'가 더 멋있어 보여서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무튼 '콘'을 꺼리고 '컨'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감지는 되고 있다. 그렇다고 그게 표준이 된 건 아니다. 언중 일부에서 일어난, 일종의 '변덕'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그걸 신문이 덥석 받은 것이다. 받으려면 본문까지 같이 받아야지 왜 제목에서만 그러는가. 독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런 가운데 다른 어떤 신문은 줄기차게 콘텐트를 고집한다. 이 신문의 콘텐트 고집은 벌써 오래됐다. 온 세상이 콘텐츠여도 이 신문만은 콘텐트다. ''를 고집하는 이유란 원어가 contents가 아니고 content이기 때문이란다. 원어가 content인 것은 맞다. 그러나 어디 외래어가 원어 그대로 따라가나? 변형이 일어나는 경우가 한두 가지인가.


예를 들어 algorithm이란 말은 th의 발음이 ð여서 알고리즘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알고리듬이다. 그러나 어떤 신문이나 다 알고리즘이라 한다. 원어의 발음과 아랑곳없이 알고리즘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content도 국어에 들어와 콘텐츠로 굳어졌으면 굳어진 대로 써야 한다. 콘텐트를 주장할 게 아니다.


콘텐츠가 있는데 컨텐츠, 콘텐트 하니 어지럽다. 왜 이렇게 중구난방인가. 자유도 좋지만 질서도 중요하지 않나.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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