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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무작위에서 질서로: 비트코인 채굴원리 (하)

비트코인 채굴경제학 알아보기

시리즈 1편부터 정주행 하기 -> [쉽게 배우는 비트코인 작동원리]

[7-1. 무작위에서 질서로: 비트코인 채굴원리 (상)]을 확인하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거나 시리즈 1편부터 정주행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7-1. 무작위에서 질서로: 비트코인 채굴원리 (상)]




채굴의 난이도 조정



난이도를 조정하는 이유


(상) 편에 소개된 주사위 게임에서 게임의 관리자는 보상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목푯값을 조정하여 일정한 속도로 로봇들에게 보상이 지급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비트코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탈중앙 네트워크는 어느 기관이나 국가의 관리와 통제 없이도 자율적으로 안정적인 장부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난이도 조정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참가자 수나 장비 성능과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블록을 생성하여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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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채굴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나 장비의 성능이 고도화된다면, 너무 빠른 속도로 블록이 생성된다.


이는 채굴 보상으로 지급되는 신규 비트코인의 안정적 발행 일정과 네트워크 참여자들 간의 동기화에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채굴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면 블록이 생성되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서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 이 또한 네트워크 불확실성에 기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트코인은 10분에 한 번 블록을 생성하는 리듬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난이도 조정 방법


(상) 편의 예시에는 주사위를 4번 던져서 나온 숫자들의 합이 특정 숫자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이를 그저 엄청나게 확대하여 숫자 비교를 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아래 한 해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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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6진수 기반의 해시를 10진수로 변환하면 다음과 같은 거대한 숫자가 나온다.

약 4.33 × 10⁷⁴


만약 [난스 + 거래내역 + 이전해시 + 기타 정보] 부분 중 난스를 변경하여 구한 해시 값이 난이도의 해시보다 높다면 채굴 실패, 낮거나 같다면 채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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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떤 난스를 넣었을 때 조건에 만족하는 해시값이 나오는지 알 수 없기에 무한정 대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난이도 조정 규칙은 다음과 같다.

2,016블록(약 2주) 동안의 평균 블록 생성 시간이 목표(10분) 보다 빠르면 난이도 상승, 느리면 하락.


예를 들어 블록 생성 속도가 다음과 같다면,

예상: 2,106블록 x 10분 = 20,160분 (약 2주)

실제: 2,016블록 x 8분 = 16,128분 -> 예상보다 빠른 생성 속도


네트워크는 목표 해시값을 낮춰서 난이도를 상승시킨다.




채굴보상 구조



블록 보상과 최대발행량


(상) 편에서 소개된 코인베이스 거래(coinbase transaction)는 기존에 없던 비트코인을 새로 발행해서 채굴자에게 주는 보상으로, 이를 블록 보상이라고 부른다.


블록 보상은 함부로 돈을 발행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수고한 참여자에게 발행 권한을 주는 철학 구조를 지니고 있다.


비트코인 블록 보상은 4년에 한 번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며 최대 발행량인 2,100만 개를 향해 나아간다.

2008~2012 => 블록 당 50 BTC

2012~2016 => 블록 당 25 BTC

2016~2020 => 블록 당 12.5 BTC

2020~2024 => 블록 당 6.25 BTC

2024~2028 => 블록 당 3.125 BTC

...


따라서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아래 그래프와 같은 공급 곡선을 그리게 된다.

(주황선: 인플레이션 %, 파란 선: 비트코인 유통량)

inflation.png

발행될 수 있는 모든 비트코인이 채굴되는 시점은 약 2140년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98% 이상의 유통량은 이미 2030년 전에 모두 발행될 예정이다.



거래 수수료


2140년이 되어 모든 비트코인이 발행된다면 채굴자들을 위한 비트코인이 남지 않아 마땅한 보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수수료를 통해 채굴자들은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다.


채굴자들이 블록 생성을 통해 받아가는 보상에는 단순히 블록 보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거래 수수료 또한 포함된다.


자신의 거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기 위해서 채굴자들에게 일종의 팁을 남기는 것인데, 거래하려는 수요가 몰릴수록 수수료는 올라간다.


채굴자들의 주된 보상이 수수료가 되는 과정은 비행기의 연착륙과도 같아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수수료가 점점 블록 보상을 대체할 수 있는 단계를 거쳐 네트워크가 성숙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정해진 수학적 규칙 속에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 이들이 보상을 받고, 그 대가로 장부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채굴은 에너지 낭비나 무의미한 계산이 아니라,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탈중앙 신뢰 구조를 뒷받침하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론적으로 비트코인을 공격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인 51% 공격에 대해 서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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