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을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을까
직장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시골에서 장사를 한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처음엔 시골에서 프랜차이즈를 한다기에 모두들 뜻을 모아 나를 말리고 욕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창업상담을 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상담이 급하다는 친구가 있었다.
과시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며
주변사람들 무시하는걸 스스럼없이 하기에 조금 거리를 두던 녀석인데
무슨 영문인지 그날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급해서 그러는데 혹시 오늘 시간 돼? 아니면 최대한 빨리 시간 낼 수 있을 때 아무 때나 알려줘 내가 맞출게"
라며
이 녀석 정말 급하긴 한가보구나 생각하며 그날 퇴근하고 바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만난 친구의 모습은
무슨 근심걱정이 많은 건지 얼굴에 대놓고 나 걱정 있어요라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어디 들어가서 얘기라도 하자며 근처 호프집으로 데려간 녀석
앉자마자 술을 시키며 연거푸 술만 마신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왔을 때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말 내일 아침 일어낫을 때 세상이 끝나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왜 그러냐는 말에
10년을 가까이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도 약속했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어 약속만 하고 지키지는 못하고 있고
남들에게는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sns에는 해외여행과 명품자랑 등을 하며 떵떵거리면서 다녔는데
실상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에 작은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한다.
계속해서 지금 직장을 유지하여도 미래가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며
그래서 자기도 장사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라멘을
요리 한번 안 해본 녀석이 라멘이 너무나 만만하다고 한다.
유튜브를 보고 레시피를 따라 했더니 라멘집에서 파는 것보다
자기가 만든 라멘이 더 맛있다고 우쭐해한다.
최근에도 새로 생긴 라멘집에 갔는데
사장이 어리바리하다며 본인이 장사하는 게 낫겠다고 하는데
이 녀석 힘들고 우울하다면서 자기 자랑은 여전하였다.
가게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게 무엇이고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되냐고 물어보기에
보건증부터 시작해서 부동산계약, 인테리어공사, 집기류까지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장사를 시작하기 전 가장 중요한 건 돈이었다.
돈을 얼마나 준비가 돼있어?라고 물은 말에
모은 돈은 얼마 안돼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려고 한다.
대출도 조금 받고.. 그렇게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머리가 멍해졌다. 장사를 만만하게 본 것부터 아차 싶었지만
자금마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다 고하니
이 상태에서 더 도움을 주어 창업까지 하게 된다면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을 내가 한 번 더 밀어내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말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최대한 정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성급하게 결정된 것 같고, 요식업이란 게 만만한 게 절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정말 하고 싶다면 라멘집에 가서 일부터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주었는데
그렇게 까지 해서 창업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고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배운다는 게 두렵기에..
장사는 하고 싶고 남 밑에서 배우기는 싫다니 이 무슨 논리인가..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에 가버릴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힘들다는 사람 외면하기도 뭐해서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러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는 거밖에 없지 않겠나
원하는 업종의 프랜차이즈 가맹문의를 내일 날이 밝으면 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 건 어떻게 하냐는 말에
원하는 브랜드를 검색창에 검색만 해도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맹문의까지 할 수 있다.
가맹비, 인테리어비, 보증금 등등 필요한 비용까지도 알려주고 있으니
꼭 참고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알려주었다.
여기까지 얘기했는데 이날 시간이 새벽 1시가 다되어갔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 귀가하고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라고 말을 하고
집으로 가 늦은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그 녀석에 창업소식은 무소식이다.
근래엔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랑과 과시를 뽐내는데
이 친구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나 또한 이 녀석 졸업하고 잘 사나 보네 하며 생각하였는데
실상을 모두 알고 나니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더 생기게 되었다.
20대가 다 그렇다.
오히려 돈이 많은 게 이상한 나이다.
sns나 소문만 믿고 내 삶과 비교해서 상처받거나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도 어쩌다 생긴 빛나고 멋있는 순간을 자신의 공간에 걸어둔 액자 같은 것이니
그러니 우린 항상 지금 당장을 소중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자
최선을 다해 행복해 웃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가장 부러워할 모습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