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저널링의 단점

모든 일에는 단점이 있다.

by 지훈

통상 어떤 분야를 깊이 파고든 사람,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 오로지 그것의 좋은 점, 장점만 한참 이야기한다. 물론 청중도 그것이 갖고 있는 장점만 듣고 싶어 하기에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정말 그것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가 순식간에 날아갈 것 같은. 그동안 과로로 소진되었던 건강도 금방 회복되며, 삶의 의욕이 샘물처럼 샘솟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공통적으로 연사들은 그것. 그것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그 분야로서 연사의 주업일 수도 있고, 부업일 수도 있고, 믿음일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고, 스포츠레저일 수도 있겠다. 그것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변했고 현재의 성공적인 모습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것은 무한히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연사가 언급한 그것에 혼신을 다하여 투신해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남은 인생이 순식간에 부패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떤 전문직 연사는 그전에는 조금만 피로해도 골골대던 자신이 10여 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시작한 아침 러닝을 통해 지금의 자신감과 체력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던 연사의 마지막 말, 아침 러닝이야말로 여러분을 무기력과 번아웃으로부터 구원할 최상의 운동 요법이라는 강조점이 귀에 쟁쟁했다. 특히 이 말을 할 때 연사의 눈빛에서 레이저 광선이 뿜어져 사방으로 뻗히는 듯했다. 그날 밤 나는 오늘 당장 러닝화와 러닝복을 주문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아침 러닝을 시작하면 오늘과는 확연히 다른 내일을 맞이하며, 아침마다 사무실로 가뿐하게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동료들 앞에 슈퍼맨처럼 등장하는 나 자신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상상에 제동을 건 것은 기사의 한 토막이었다. 한창 러닝과 마라톤 바람이 거세게 불던 시기에 여의도 증권가 40대 직장 남성이 난생처음 마라톤 도전을 시작했다. 단시간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를 했던 것일까. 1개월 만에 마라톤 연습 도중 쓰러져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물론 아침 러닝과 마라톤은 같은 종류가 아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러닝화 주문을 하려던 손가락을 움츠리게 하기에 충분한 사회면 토막 기사였다.




손글씨 저널링도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세가 그렇다. 책상에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아래로 꺾이게 된다. 등은 굽고, 고개는 아래로 꺾이고 자세가 참 희한해진다. 어느 날 손글씨 저널링을 하다가 고개가 아파서 왜 그런지 살펴보았다. 노트에 힘주어 글을 쓰다 보니 새우처럼 등이 굽어지고, 노트를 아래로 내려다보니 고개는 꺾인 상태였다. 또 다른 문제는 손으로 펜을 잡고 꾹꾹 눌러쓰다 보니 어느 순간 손가락에 다소간의 통증이 온다. 그리고, 자칫하다가는 장시간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의 활동량이 줄어든다. 생각해 보자, 오래 앉아서 등과 어깨는 굽어있고, 고개는 꺾여있고, 손가락과 팔목은 아파오고. 자, 이 정도라면 지금 당장 손글씨 저널링을 멈추고 중단해도 될만한 사유가 되지 않겠나 싶다. 역설적이게도, 손글씨 저널링에의 집중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할 때 발생하는 거북목, 손목 터널 증후군, 좌식 생활 자세(sedentary) 이슈만큼이나 몸 자세와 건강에 해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손글씨 저널링에 애착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단점을 보완할 대책을 찾게 된다. 두루 통용되는 조언이지만 무엇이든 너무 과하게 하면 몸에 좋지 않다. 10분 정도 의자에 앉아서 저널링을 하고 있었다면, 잠깐 멈추고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 눈은 천장을 바라본다. 두 팔도 뒤로 돌려 가슴을 쭉 펴준다. 20분 정도 앉아있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이동시켜 본다. 통상 내 경우는 20분 정도 앉아있다면 반드시 일어난다. 나는 태생적으로 좀 산만한 편이이다. 무엇엔가 20분 이상을 집중하기가 어렵다. 20분 이상 무엇에 집중하면 금세 지치고 지루해진다. 20분 정도 글을 썼다면 더 글이 써지지도 않는다. 생각도 멈추고. 목과 허리도 멈춘다. 그럴 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래도 성이 안 차면 바깥으로 나간다.


손가락과 손목이 아픈 것도 문제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 두들기고 마우스 움직이느라 고생하고 있는 나의 손가락과 손목, 팔이 퇴근 후에도 손글씨 저널링한다고 또 고생이 가중된다. 통증 완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손목 보호대를 구입할까 고민했었는데. 손목 보호대가 적지 않은 강도로 손과 손목을 압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체에, 혈액 순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생각 끝에, 다른 방법은 찾았다. 그동안 평생을 주야장천 오른손만 혹사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눈에 왼손이 보였다. 오른손이 업무, 글쓰기, 취미, 운동, 밥 먹기, 컵 들기, 물 따르기 등 거의 모든 일에 쓰임을 당하던 수많은 시간 동안 나는 나의 왼손을 방치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뒤늦게야 자각하다니. 당장 왼손 활용하기에 돌입했다. 확실히 효과는 있다. 처음에는 왼손으로 글쓰기기 어색하고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손글씨 저널링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사용한다. 종이 노트를 펼치고 왼손으로 볼펜을 쥐고 글자를 써 내려갈 때, 마음가짐부터 좀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상생활이 오른손 중심이었다면, 왼손은 약간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