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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제이 Mar 19. 2019

100가지 꿈에 도전한
가슴 뛰는 청년의 이야기

Episode 5. 우물 밖 개구리가 되자

 2008년, 내 인생의 첫 도전이었던 수상인명구조원이 되려다 포기하고 나왔던 그 해 겨울이었다. 

무언가 이룬 것, 성취한 것은 하나도 없고 우유부단했고 자신감도 바닥이었던 시기였다.


그때 마침 대학 선배가 나에게 스키강사를 추천해주었다. 스키강사는 내가 어릴 적부터 로망이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지만 나는 한 번도 스키를 타본 경험이 없었다.

스키부츠도 못 신는 내가 스키강사가 될 수 있을 가, 말도 잘 못하는 내가 사람들에게 무언가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되었다.

정말 하고 싶은데 자신은 없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키 못 탄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부끄럽다고 포기한다면 

평생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정작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나 자신에게 더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스키 못 탄다고 욕먹으면 욕먹고, 강습 제대로 못해서 나가라고 하면 그때 나가면 되지 않는가? 지금 아니면 나는 스키강사를 평생 동경만 하며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짐을 싸서 충주 스키장까지 올라갔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그동안 계속 걱정하고 긴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후회가 될 정도였다.  나처럼 다들 처음 스키 타는 사람도 많았고 스키 부츠를 신고 걸음마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저녁에는 강습 대본 잘 때까지 외웠다. 


그렇게 추운 수습생 기간이 끝나고 꿈에 그리던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스키강사가 되어 첫 강습이 있던 전날 밤, 한숨도 못 자고 대본을 외웠지만 행복감에 설레었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첫 강습생은 가족이었는데 이름도 다 외우고 아이들의 스키를 직접 잡아주면서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나도 이제 스키 강사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행복했다. 그렇게 스키를 타고 가르치는 매력에 푹 져서 4년간 스키강사를 선택했고 예비 스키강사들 교육하고 신년맞이 스키 포퍼먼스도 참여했다.         

          

그렇게 나는 어릴 적부터 동경하며 상상만 해왔던 스키강사가 될 수 있었다. 


스키수업을 하면 일단 처음 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고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밝게 인사하면서 장난도 치게 되었고 또 가르칠 때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대화가 통해야 피드백도 잘 되고 강습이 원활하기 때문에 주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어느샌가 내가  공통된 주제를 찾고, 화제를 전환하고, 공감과 경청을 하는 게 아닌가. 늘 어버버 거리고 사람들과 말도 잘 못했던 내가 소통하는 센스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강사 생활을 하며 5살 배기 아이부터 60세가 넘은 어르신까지  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 여행자, 장의사, 교사, 군인, 대기업 CEO, 교수, 뮤지컬 배우, 서커스 단원, 스포츠 선수, 마술사 등 내가 평생에 만나기도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늘 감탄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나는 스스로를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가둬두고 있었다. 

인문계, 대학교, 군대, 취업, 내 차 마련, 집 장만, 결혼까지 당연히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여기서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죄짓은 사람이 될 것처럼 살았왔다.  


하지만 어긋난 길이 '다른 길'뿐이지 '잘못된 길'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수천, 수만 개의 세상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때 결심했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물 밖 개구리가 되자고. 

이렇게 할 것이 많고 재미난 세상인데 왜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을까?


나도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하 많이 경험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또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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