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fferences 2
영국의 날씨는 흐리며 비가 자주 온다. 하지만 우울하지는 않다. 우울하다는 건 나의 생각이지, 날씨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닐 테니. 하지만 자주 흐린 탓에 맑은 날에 시내 구경을 간다는 것은 약간의 운을 필요로 한다. 집 밖을 나서면 모든 것이 새롭다. 흥미로우면서 두렵다. 서울의 지하철을 타면 한국말이 먼저 흘러나오며 그 뒤로 다른 언어들이 따라 나온다. 런던의 지하철은 당연히 영어가 먼저 흘러나온다. 그리고 영어가 끝이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서울에서처럼 당연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고 느낀다. 누구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 개인적으로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런던이라는 도시는 정말로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데, 이것이 나를 별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외국인에 익숙해진 도시라서, 영어를 잘못하거나 소통이 안될 때 그들은 이해라는 바탕을 깔고 대한다. 그러니 런던에 오게 된다면 기죽을 필요 없다. 당신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포함해 흔히 보이는 외국인이다. Tube(subway) 안에서 인상으로 서로 구별하기 힘든 동양인을 보면, 서로 계속 힐끗거리는데,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서로 같은 이방인이라서 유대감이 느껴져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혹시나 같은 나라 사람인가 싶은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오는 행동일 수 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할 때 서로 마지막 표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의미가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힘내자 파이팅 잘 지내야 해."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과 남한중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물론 진지하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만약에 내가 북한에서 왔다면 도망가는 게 좋을 거야. 내 가방 안에 수류탄이 있을지도 모르거든”이라고 대답한다.
아직 이곳은 한국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곳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한국음식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인식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명한 아시아 푸드 체인 음식점에 코리안 소스 햄버거가 생겨나고, 비빔밥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한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음식에 대해서는 지지 않는 나라가 한국 아니던가. 영국의 대표음식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시 앤 칩스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로스트 디너 이 세 가지로 기억하는데 반해, 한국의 대표음식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많아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영국의 물가는 집세와 세금 그리고 교통을 제외하고는 생활물가가 정말로 싸다. 질 좋은 우유가 2리터에 1~2파운드이며, 대부분의 식료품들이 4파운드를 넘지 않는다. 나는 서울에서 생활을 할 때 한 달에 보통 40~50만 원가량 음식을 위해 소모했는데, 이곳에서는 20만 원 만 있어도 괜찮다. 물론 만들어 먹는 가정하에 말이다. 시급 또한 다르기에, 격차는 더 커진다. 나는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다름을 겪으면서 당연하듯이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 준다. 다양한 관점들과 이해를 배우게 되면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다름은 다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을 나에게 선사한 것이다. 이 깨달음이 나에게 주어진 것의 가치를 알게 해 준다.(한국의 비싼 식료품값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
그들은 영어를 쓰고 나는 한글을 쓴다. 언어는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이자 제한시키는 도구라고 한다. 내가 영어를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의 생각을 조금씩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언어는 언어일 뿐이지, 수학이나 역사와 같은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은, 영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다. 그리고 어렵다. 말을 하는 도구로써 영어는 말을 하는 순서가 있고 그것만 익숙해진다면 응용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같은 의미로 보이는 단어들이 여러 개 있는데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맥락에 따라 다르며 사용처 또한 다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영국 사람들은 발음 생략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것에 완벽 적응되어 있지 않으면 무어라 하는지 하나도 모른다. 진심으로.
우리 사회는 공통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그 수단으로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를 이용하여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다. 나는 영국의 펍에서 2번의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여기는 상당히 공연문화가 잘 형성되어있다. 오픈 마이크라는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이 뜻은 누구나 특정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가끔은 공연을 한 당신에게 무료 음료와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그리고 펍에서 음악을 듣는 청중들은 20대 초반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연령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음악을 할 땐 모두가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그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끔, 영어 공부를 더 하라고 말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다름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 사이에서 공통적인 면모를 발견하여 친구와의 관계를 맺고, 영국 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이 나의 현재 목적이자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서 도출되는 느낀 점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것이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다. 나의 하루하루에 대한 의미를 삼는 것처럼 지구에 계신 분들 또한 이 글을 빌어, 자신의 하루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