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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Feb 18. 2024

마흔 번째 생일

Turning 40

 마흔이라는 나이는 왠지 인생의 중요한 지점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도덕시간에 배운 공자의 "마흔은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게 머리에 남아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이제 우리는 공자가 살던 시대보다는 수명이 훨씬 길어지고 젊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40이라는 나이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서른여덟에 유학을 시작하면서 "마흔 번째 생일은 잔치를 크게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박사 논문과 졸업 막바지 준비에 치여서 생일에 대한 특별함이 차지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감사하게도 올 해는 친구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마련해 줬다. 모두가 바쁘게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 하나에도 고마울 따름인데 말이다.


생일 당일은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함께 일을 했다. 가르치는 수업 교과 과정을 준비하거나 (Teaching prep), 학생들 점수를 채점하거나 (grading), 데이터를 코딩하거나 (data coding), 페이퍼를 쓰거나 (writing paper) 등 각자의 업무를 모여서 한다. 생일이라고 커피와 베이글 샌드위치를 선물해 준 친구들이 고맙다. 업무를 하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친한 동생이 기억하고 생일날 찾아오고 그렇게 잔잔한 생일 당일을 보냈다. 


반려견을 너무 사랑하는 친구는 강아지 3살 생일이라고 모두 모여서 브루어리에서 저녁을 하기로 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이 다 보여서 저녁을 하는데, 깜짝 생일 파티라고 손수 만든 컵케익들로 생일 축하를 해줬다.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박사 과정하면서 3여 년 정도의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들에게 고맙다. 


말에는 구정이 겹친 생일주라서 한국 유학생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떡국 (Potluck)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깜짝 생일파티를 해줬다. 초는 정직하게 4개를 꼽고 마흔 생일을 함께 축하했다. 그렇게 한 주 내내 사랑받는 생일 주를 보냈다. 내가 준비한 것도 없고 말한 적도 없는데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생각해 주고 준비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나는 '40이 된 나'에게 졸업을 선물해주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박사 과정 마무리를 위해 달리는 중이다. 38세에 유학을 왔을 때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깐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었다. 졸업을 앞둔 이쯤에서 내가 생각하는 박사 과정은 '인내와 끈기'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된 생활을 꾸준히 하면 졸업할 수 있다. 


졸업하면 뭐가 좋은가. 우선, 다가가기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 과정이 "열심히 하면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경험을 얻은 게 제일 좋다. 막상 해보니 못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나도 했다면 누군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졸업하면 인생에서 다시는 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 갈 일 없는 게 좋다. 또, 3년 시간을 투자해서 영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편한 이방인으로서 미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해볼 만한 일이었다. 


미국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시장의 크기, 두 번째는 경쟁의 정도이다. 한국보다 시장이 큰 이곳은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고 경쟁이 덜하다. 예를 들어, 졸업 연구 중심 대학 (R1)에서 교수를 할 기회를 찾는다면 미국 전역에 146개의 대학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마 10여 개로 손에 꼽힐 것이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노력을 하고 시간을 쏟아부어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학부 때도 그렇고 박사 과정 때도 그렇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와 보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참 열심히 산다. 노는 시간도 쪼개서 배우고 자기 계발을 한다. 이곳은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만 해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라고 할지라도, 마지막에 어디에 살고 싶은지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두 곳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인생은 40부터 시작이라는데, 졸업 후의 삶이 기대가 된다. 어렸을 땐 40이 많은 나이였지만 막상 돼 보니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많은 젊은 나이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시기인 거 같다. 

40 생일 파티
직접 만든 컵케익
설날 생일 :) 
Modern Mexican Dinner
Modern Mexican DInner
깜짝 생파 @ Barley's 3yr Bday
Bday morning coffee at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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