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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May 14. 2024

미션스쿨을 다니며


나는 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을 나왔다. 'H'고등학교라고 하자. 사실 처음에는 내가 그 학교에 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다른 고등학교들보다 거리도 멀었고, 학교에서 공부를 엄청 빡세게 시킨다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가기도 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원서를 접수할 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어느 학교를 가야 할까. 처음에는 언니와 같은 고등학교를 갈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는 무조건 집 가까운데가 최고라는 말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 집과 가장 가까운 학교를 1지망으로 적어서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H'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 학교가 좋다는 말을 들은 것도 아니다. 그냥 갑자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신기했다. 그때부터 원래 가려고 했던 학교가 아닌, 'H'고등학교만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곳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내가 원래 가기로 했던 학교, 그러니까 우리 집과 제일 가까워서 가려고 했던 학교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설이 오래됐고, 과학 중점 학교이고 (난 문과다.) 급식이 맛있는 편이 아니고, 소문도 좋지 않고 등등등. 오로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기엔 그렇게 메리트가 없는 학교였다. 이마저도 감사하다. 하나님꼐서 후회할 수 있는 길 앞에서 돌이켜 생각하게 해주신 것 같아서. 



'H'고등학교를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난 그곳 말고 다른 학교를 가면 분명히 후회할 거야.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그 학교를 1지망으로 적어 제출했다. 당시 우리 반에서 'H'고등학교를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3학년 전체를 통틀어도 열 명이 조금 넘었다. 그렇게 나는 미션스쿨에 들어갔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미션스쿨을 간 것이다. 나는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후회를 하는 성격이라서 내가 뭘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딱히 없는데, 유일하게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 이것이다. 미션스쿨을 다닌 것. 학교를 다니면서 힘이 많이 됐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 과제, 친구 관계, 시험, 이 밖에도 여러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하나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하고, 매일 짧게 기도하고 찬양 듣고 말씀 읽고, 행사나 강연도 전부 기독교 관련이니 힘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미션스쿨로 이끄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코로나가 겹치면서 주일 예배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지만, 평일에 학교에서 기도하고 짧게라도 말씀 붙들고 살아갔기 때문에 그 시간을 무사히 보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입시를 앞두고 힘들었을 때 알게 된 말씀이 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시편 37:5)



나는 아직도 이 말씀을 좋아한다. 그때부터 이 말씀은 내 휴대폰 배경화면이 됐다. 지원했던 대학에 다 떨어지고 예비번호만 받았을 때, 많이 울었다. 대학에 못 가면 어떡하지, 걱정되고 불안하고 초조했다.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우울했다. 그냥 기도하려고 눈만 감으면 대학에 합격시켜달라는 기도만 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간절하게 기도했었던 때였다. 다른 친구들은 최초합을 받아 기뻐하는데 나만 혼자 떨어진 것 같아 슬펐다. 하지만 하나님은 결국 지원했던 대학을 다 붙게 해주셨다. 예비번호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합격전화가 전부 온 것이다. 그때 나는 나의 작음과 하나님의 크심을 느꼈다.



나는 당장 눈앞의 결과만을 보며 슬퍼했지만, 하나님은 나의 마음을 아시고 나의 기도를 들으시어 응답해주셨구나. 하나님은 나의 마음을 아시고, 나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인데 왜 나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대학교가 그렇게 크게 느껴졌다. 미션스쿨을 다니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믿음이 약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그때보다는 믿음이 조금은 강해진 것 같다. 자만하면 안 되지만, 바람만 스쳐도 불안해하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나보다 내 길을 더 잘 아신다는 믿음이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하나님이 나를 가장 최선으로 이끄셨구나,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내 마음 생각 내 전부를 알고 계시고, 내가 하는 작은 기도에도 응답해주신다. 그래서 감사하다. 




나는 정말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인데 하나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나를 이끄신 하나님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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