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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소 Oct 26. 2018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글의 부제를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로 지은 까닭은 바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이 없었다면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호밀밭의 파수꾼과 천재 작가 J.D 샐린저 (니콜라스 홀트)가 과연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려진 샐린저의 인생은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이 힘들고 기나긴 연마와 세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름다운 보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아래의 4단계)처럼 보인다.

 원석 발견 단계: 클럽에서 만난 한 아름다운 여인 유나(조이 도이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샐린저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런 아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확신이 든 어머니는 콜럼비아 대학에 진학하도록 남편을 설득했으며, 대학교에서 그의 첫 번째 인생 멘토인 휘트 버넷 교수 (케빈 스페이시)를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건방지고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샐린저를 버넷 교수는 내치기보다는 그에게 시련과 조언을 동시에 줌으로써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연마와 세공 시작: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 2차 대전에 참전을 선언하고, 샐린저도 징집되었다. 이 단계를 연마와 세공의 시작이라 표현하는 게 잔인할 수도 있는 것이, 이때부터 그에게 일어나는 여러 불행한 사건들 (결혼을 꿈꾼 여자 친구의 배신, 가장 친한 친구의 전사, 그리고 참혹한 전쟁의 목격)로 인해 그는 점점 본인과 홀든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되는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고, 힘든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전장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연마와 세공 심화: 세계 2차 대전 종료 후 다시 작품을 완성시키려 노력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반복되는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는 좌절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인도 명상가 (제2의 멘토)와의 만남은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다. 멘토의 지도 아래, 명상과 선문답적인 대화를 통해서 샐린저는 점점 글쓰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본인 내면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 당시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출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보석으로 재탄생: 소설이 출간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둠으로써, 그는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과 소설 속 주인공 홀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격한 팬들의 집착으로 인해서 점점 불행해져 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고 결국에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림으로써 진정한 보석 (자아실현 달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작품은 한 편의 웰-메이드 과학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주인공인 샐린저와 주변 인물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고, 또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그를 아웃사이더에서 천재 작가로 변화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재성은 타고 날 수 있겠지만, 천재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본인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주변 사람의 관심과 도움도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커버 이미지 출처 : CGV 영화 스틸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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