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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소 Oct 23. 2018

영화 "퍼스트 맨"

첫 번째 사람이 된다는 의미란?

어느 분야에 있어서 첫 번째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서건 항상 1등 혹은 첫 번째 만을 기억하는 성향이 아주 강하다. 그렇다면 항공 관련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을 뽑는다면? 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한 라이트 형제와 달에 최초로 도착한 닐 암스트롱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일 것이다. "퍼스트 맨"은 제임스 R. 한센의 전기소설 (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닐 암스트롱은 1960년대 소련과의 우주 탐사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던 미국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 정도로 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그런 생각보다는 달에 도착한 첫 번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와 그의 가족들 (특히 아내)이 겪어야만 했던 갖은 고생과 희생에 오히려 눈길이 갔다. 영화 속 당시 미국의 시대 상황은 꽤나 복잡해 보인다. 인종 차별로 인한 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과 달 탐사 계획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불만감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어떻게 그는 첫 번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닐 암스트롱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것을 보면 유능한 비행 조종사이고, 우주 항공 분야에 대한 이론을 공부할 정도로 머리가 명석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성격은 요즘 단어로 표현하면 인사이더보다는 아웃 사이더에 가까운 사람처럼 보인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높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된 백악관 공식 행사에서도, 아폴로 11호 발사 이전에 계획된 기자 회견에서도 그는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카리스마나 유머 감각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행 실험에 참가할 때는 그 누구보다 용기 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영화 속 그의 모습에서 엄청난 자제력과 인내심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달 탐사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그는 아마도 첫 번째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최초 선발된 3명의 대원들이 기계 결함으로 우주선 내부에서 화재로 사망하면서, 그에게 아폴로 11호의 선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함께한 동료들의 죽음, 계속되는 실패와, 높아지는 사회적 관심과 불만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목표를 위해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힘겹게 버티어 나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인의 배려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닐 암스트롱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서도 달 탐사라는 역사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닐 암스트롱에게 있어서 첫 번째라는 의미는 긴 시간 동안 그가 희생하고 노력한 것에 대한 개인적 보상이 아닌, 고난과 시련을 함께한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진심 어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의 주제와 상관은 없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라라랜드를 통해서 이미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의 두 번째 작품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감독 본인에게 아카데미상의 영광을 안겨준 전작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과감히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전작들에서 최고의 음악들을 선사해준 음악 감독(저스틴 허위츠)에게 정말이지 놀랐다. 이번 영화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구성될까 무척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세 가지의 다른 소리들 (아름다운 음악들, 우주선의 강렬한 기계 소음, 그리고 달에 도착해서의 완전한 적막)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그의 역량을 느끼면서 괜히 천재 소리를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 영화 <퍼스트 맨>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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