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진님(전 여행사 IR팀 근무, 현 Lush 영국 Bromley 지점 지점장)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점은 점점 현실주의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패기와 열정, 용감했던 모습들은 하나둘씩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변화보단 안정을, 이상 보단 현실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예진님의 스토리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코즈메틱 브랜드 Lush에 대한 열정으로 무작정 아일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예진님. '워킹홀리데이'에 합격했다는 사실 외에는 어느 하나 정해지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떠났지만, 파트타이머에서 시작 해 현재는 영국 매장 중 한 곳의 지점장까지 되었다. 이렇게 한 브랜드의 대한 애정으로 현지까지 떠난 결정이 대단하기도 하고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나 역시 깊은 응원을 보내게 된다. 현재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 19가 계속되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예진님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간절히 원하고 시도하면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독자 분들도 예진님의 스토리를 통해 영감을 받기 바라며, 사람들의 일상에 즐거움을 만들며 본인의 삶을 당차게 이끌어나가는 예진님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Lush : 영국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로, 자연에서 얻은 신선한 재료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정직한 재료를 사용하려 모든 제품을 손으로 만든다. 더불어 공정 거래, 인권보호, 포장 최소화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기업 윤리와 신념을 알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즈메틱 브랜드 ‘Lush(러쉬)’ 영국 Bromley지점의 지점장을 맡고 있는 Joyful Day Maker 최예진입니다. 대학 졸업 후 여행사 IR(Investor Relations)팀에서 3년 정도 일한 뒤 Lush에서 일하기 위해 2019년 5월, 아일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세일즈 어시스턴트로 시작해서 슈퍼바이저를 거쳐 현재는 영국 Lush Bromley의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와~ 3년 다닌 직장을 퇴사하신 후에 아일랜드로의 워킹 홀리데이라니! 첫 직장인 IR 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IR(Investor Relations)팀은 주로 회사의 주주 분들을 관리하는 업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는데요. 회사의 언어를 금융 시장의 언어로 바꿔주는 작업을 하고, 투자자 분들이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했습니다. 증권사와 미팅도 하고,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첫 직장을 여행사 IR팀에서 시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여행사에 지원한 이유는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상품 기획팀을 지원했는데, 신입 사원 연수 후에 IR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IR팀은 신입을 거의 뽑지 않는 직무임에도 제가 뽑혀서 신기했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IR팀에서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저를 면접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사장님 직속으로 근무하는 팀이라 더 책임감이 느껴졌고, 제게 색다른 경험이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했습니다.
그렇군요!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요?
IR 팀에서 근무한 지 1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정말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IR팀에서 주로 숫자와 관련된 일을 했지만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고, 같이 일하는 상사나 팀원 분들이 제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물질적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따라서 국내가 아닌, 해외로 나가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도 3년은 꼭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만 3년이 되는 해에 워킹 홀리데이에 합격한 후 퇴사했습니다.
Lush라는 브랜드는 언제부터 좋아하시게 된 거예요? 한국 Lush로의 이직 말고 해외 Lush에서 일하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저에게 힐링을 선물해주었던 브랜드가 바로 ‘Lush’입니다.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씻는다'는 작은 행동에도 환경, 인권 보호와 긍정적인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는 점, Lush 제품 사용으로 저뿐만 아니라 동물, 환경 그리고 공동체가 행복해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Lush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보다는 창립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영국에 가서 정말 이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경험하고 싶기도 했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해외에서 독립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가족과 친구와의 만남 등 해외로 가며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을 텐데, 결정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미래에 대한 걱정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고, 얼마나 힘들지 알았으면 더 주저했을 것 같아요. 저는 어쩌면 용감했던 게 아니라 생각을 깊게 안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하)
저에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간 영어캠프에서 친구들과 뮤지컬을 준비하며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도전하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생각이 날 만큼 그때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당시 이 경험이 떠오르며, 제가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라면, 제 자신이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응원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이겨낸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셨나요?
우선 아버지께서는 정말 쿨하게 제 의견을 지지해 주셨어요. 당시 퇴직하신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는데, 본인이 평생 몸 담았던 직장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지니 허탈해하시더라고요. 저는 아버지를 보면서 ‘일이나 주변 사람들이 나를 정의하지 말고, 나 스스로가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제 생각에 공감해주시고, ‘깊은 생각 후에 결정한 거라면, 응원한다’고 지지해주셨습니다. 반면에 어머니와 친구들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제 뜻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지금 제가 잘 지내는 것을 보고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응원해 주고 계십니다.
아일랜드 생활은 어떠셨어요? 예진 님이 해외에 있으실 동안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생겼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우선 학생 시절부터 직장 3년 차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현지에 적응도 하고 쉬어갈 겸, 2019년 5월 아일랜드에 도착해서는 한 달 동안 어학원을 다녔습니다. 유럽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7월이 성수기라 6월쯤에는 채용 공고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어학원에 다니며 Lush 채용 공고를 보고 Sales Assistant 파트타이머로 지원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 8개월 정도는 아일랜드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도 해외이기에 겪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동양인 혐오 이슈가 있었을 때는 두렵기도 하고, 특히 더 조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홀로 있던 시간은 현지에서 만난 Lush 동료들, 점장님, 남자 친구 덕분에 외롭지 않게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처음 아일랜드에서 Lush 파트타이머 근무부터, 지금 영국 Bromley Lush 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점장이 되기까지 저는 Sales Assistant, Supervisor를 거쳤는데요. 우선 Sales Assistant는 고객님이 매장에 오셨을 때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찾도록 추천하고, 매장에서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일을 했습니다.
3개월 정도 파트타이머로 일을 하던 시점에, Supervisor 채용 공고가 떴습니다. 경력이 적어 망설였지만 당시 점장님과 팀원들의 적극 추천으로 도전을 했고, 선발이 되어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시작했습니다. Supervisor로서는 손님을 응대하기도 하지만 Sales Assistant가 원활하게 손님을 응대할 수 있도록 매장을 관리하고 매장의 점장, 부점장님과 함께 지점의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 교육이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업무를 했어요. 크리스마스 이후 정규직 슈퍼바이저로 전환이 되었고, 아일랜드에 코로나로 인해 lock down이 있어 잠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동안 아일랜드 워홀 비자가 만료되어, 영국 워홀에 지원해서 비자를 새로 받았어요. 올해 6월에는 영국에 와서 Lush Bromley 지점의 점장직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길고도 치열했던 면접 과정을 거쳐 합격해서 7월부터 근무하고 있습니다.
예진 님의 향후 진로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Lush본사에서 일하며, Lush의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Lush 도 하나의 매장에서 시작한 기업으로 매장에서의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단은 점장으로 열심히 일할 예정이에요. 이번에 점장 교육을 받으며 Lush 창업자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회사와 일하고 있기 때문에 Lush 내에서라면 어느 팀에 소속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장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삶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진 님의 인생에서의 꿈,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인생의 목표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Make someone’s day”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아요! 제 삶을 돌아보면 제가 즐거웠던 경험은 결국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작은 행동으로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뿐 아니라 동물, 지구, 우리 사회가 행복할 수 있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개인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속한 Lush라는 기업을 통해 이러한 영향력을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또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왜 하고 싶은 지?’를 꼭 점검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 아일랜드 Lush 매장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할 때 '이 나이에 매장에서 알바를 하냐'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도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기 확신’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본인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라고 조언드리고 싶어요. 의식적으로라도 ‘내가 뭘 좋아하지? 지금 상황에서 나는 왜 불편하지? 혹은 왜 행복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글을 써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나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잘 알아야 하는 것 역시 본인이니, 꼭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독립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독립을 해야, 나에 대해 생각하며 알아갈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간다면, 작은 변화든 큰 변화든 의미 있지 않을까요?
p.s. 영국에서 Lush 점장으로의 제 일상을 담아 Youtube에 게재하기 위해 영상 편집을 담당해주실 분을 구합니다~! 연락 주세요 :)
LUSH 영국 Bromley 매장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