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경

딸과 함께

by 바쁜 거북이

딸이 서울 구경을 가자고 하였다. 가서 근사한 식사를 하고 구경하고 오자고 하였다. 알고 보니 내 생일을 미리 축하해 주려는 것이었다.

실제 내 생일은 2월인데 딸은 그 달에 친구의 결혼식 참석으로 타지에 머물 예정이다. 아무래도 내가 서운할까 봐 묘수를 생각해 낸 것 같다.


음식점은 12월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테마가 있는 식당으로 예약된 손님만이 이용가능하고 테마는 매번 바뀐다.


주로 영화를 주제로 하는데 이번 테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다.


예약을 마치면 테마를 알려주고 영화를 미리 보고 오기를 권장한다. 장소는 홍대거리였다. 이전에 홍대거리에 차를 운전해서 간 적이 있는데 주말이었고 너무 혼잡해서 아무 기억이 없는 곳이다.


테마에 맞게 옷차림도 권장했는데 딸은 센스 있게 제법 근접한 복장을 갖추었고 나는 약간의 용기를 내 멋을 부렸다.


기차와 전철을 이용해 가야 하기 때문에 날씨가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맑고 기온도 다른 날에 비해 안정적이었다.


예약은 12시로 정시에 도착해 착석하니 다른 손님들도 입장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부부와 아들, 엄마와 청소년들 5명, 우리 모녀까지 예약한 손님들이 모두 도착했고 마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처럼 차려입은 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의 식사 테마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가지고 여러분과 소통할 000입니다.”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 앞에는 작고 앙증맞은 영화 관련 소품들을 장식해 놓았고 이에 걸맞은 예쁜 용기에 담긴 음식들이 천천히, 차례차례 나왔다.


우리들이 음식을 즐기는 동안 스토리텔러는 영화얘기와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었고 나는 귀와 입이 동시에 즐거운 경험을 했다.


음식 맛은 훌륭했고 곁들인 수제 주류도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식당은 꽤 유명해서 항상 예약이 차 있다고 했다.



이제 스토리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식사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딸은 내가 만족하고 있는지 수시로 살피고 있었고 이를 본 스토리텔러 분이 질문했다.


“엄마와 딸이 오셨나 봐요?”


“네. 제가 전에 친구랑 왔었고 너무 좋아서 엄마하고 왔어요"


“역시 딸밖에 없어요. 그렇죠? 어머니!”


“네 좋네요" 나는 대답을 멋지게 하지 못한다. 반박자 느리고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목소리도 가라앉는다.


물론 나는 딸 덕분에 몰랐던 유행도 알게 되고 새로운 경험도 하지만 내게 딸 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부분이 좀 불편했다.


가족 간에도 고마움은 서로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딸은 내 이런 생각에 너무 까다롭다고 한다.


‘그런가?’ 거북이는 곧 잊어버리고 만다. 풍족한 식사를 끝내고 홍대거리를 걸었다. 이 거리는 외국인들이 국내여행 선호지에 꼭 들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를 간지럽히는 빵 굽는 향기와 각종 맛집이 늘어서 있고 쇼핑을 안 하기 힘들 만큼 멋지게 코디한 옷가게들이 즐비했다.


우리는 홀린 듯이 가게를 다녔지만 사실 쇼핑한 결과물은 간단했다. 작은 소품들을 파는 가게에서 아들이 좋아할 만한 키링과 디자인이 독특한 공책과 볼펜, 그리고 특이한 디자인의 양말이 전부였다.


특히 키링은 영화 ‘캡틴아메리카' 주인공이 가지고 다닌다는 방패모양이었는데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아들은 역시나 선물을 받자 나를 향해 “엄마, 변신!!”하고 외쳤다. 그럼 나는 작은 새나 토끼 쥐 등으로 변신하는 흉내를 낸다.


아들은 함께 서울여행을 못한 서운함을 선물로 잊은 듯했다. 2만 보 가까이 걷느라 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딸이 계획한 나의 생일파티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