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최대치의 헌신

인상적인 영화리뷰 2025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by 김진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8번째 편인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알려진 대로 '미션 임파서블'의 최종장이 확실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후의 심판'이라는 뜻의 부제에 걸맞게 지난 30년 가까이 (매 편마다 빠지지 않았던 톰 크루즈의 모습처럼) 달려 온 시리즈의 총결산이라고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를 변함없이 지키는 주인공이자 이를 연기한 배우 톰 크루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에단 헌트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지나 온 지난한 궤적을 톺아보는 한편, 그 수고로움을 되새김은 물론 왜 그가 그토록 '불가능한 미션'에 스스로를 투신했는지를 새삼 곱씹으며 시리즈의 진정성을 상기시킵니다. 다른 배우가, 다른 시리즈가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제멋에 취한 것 같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지금껏 보여준 모습과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 진정성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30여년 간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일원으로서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자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을 결행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선택이 그를 지금의 백척간두로 이끌었습니다. 2년 전 개봉한 전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속 이야기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시점, 초월적인 AI '엔티티'는 세계를 집어삼켰고, 전 세계는 엔티티가 조작한 현실에 현혹되어 갈등과 반목으로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엔티티티는 세계가 충돌하고 서로를 파괴하기를 원하고, 종내에는 세계가 파국에 이르기를 원합니다. 핵 보유국들의 핵무기 통제권까지 장악한 엔티티는 자신에게 접속한 에단 헌트에게 72시간 뒤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발사시켜 자신의 그 목표를 실행할 것임을 예고하고, 에단 헌트는 72시간 안에 그것을 막아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상 어느 심해에 가라앉아 있을지 모를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 호에 봉인된, 엔티티의 원 소스 코드가 들어있는 드라이브 '포드코바'를 찾아야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작금의 이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이자 동시에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에단 헌트를 향한 국가의 믿음과 의심이 교차하는 가운데, 에단 헌트는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루터(빙 레임스), 벤지(사이먼 페그), 그리고 새롭게 포섭한 파리(폼 클레멘티에프)와 드가(그렉 타잔 데이비스) 등 동료들과 뭉쳐 미션에 뛰어드는 한편 옛 동료이자 지금의 적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엔티티의 통제권을 노리며 그를 방해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한 배우가 한 시리즈를 수십년 간 이끌어간다는 것은 자칫 시리즈에도 배우에도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시리즈가 인기에 취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가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나머지 커리어를 확장하기 힘들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미지 고착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기 시리즈의 주인공이 자기 역할을 그만두는 경우를 우리는 익숙하게 봐 왔습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선장으로서 30년 간 시리즈를 이끌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이는 그가 주도적으로 편을 거듭할수록 이 시리즈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완성체로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전편에 이어 이번 편의 주적이기도 한 AI '엔티티'는 세상 모든 것, 모든 곳, 모든 존재들의 역사를 학습하며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존재인 만큼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영화 역시 30년 간 지나 온 역사를 복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복기의 과정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고전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양식의 영화로서 점차 완전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고전 추리물 스타일에서 시작해, 오우삼 감독의 폼 한껏 잡은 액션물을 지나,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짜릿한 팀웍 서스펜스물을 넘어,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아찔한 어드벤처물을 거쳐, 후반 네 편을 책임진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고전적인 스파이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새삼 톺아보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면면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을 지나 오면서도 쇠하거나 게을러질 줄을 모르고 점점 견고해지기만 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방식이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하면, 30년 전 1편에서 지나가는 단역으로 등장했던 인물과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가 이번 편에서는 최후 미션을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역할과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로 돌아올 정도입니다. 이는 외관상 1편부터 빠짐없이 영화를 챙겨봐 온 시리즈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지만, 뿐만 아니라 에단 헌트가 30여년 간 세계를 수호하고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행했던 선택이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가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상징과도 같을 것입니다. 영화는 2시간 5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동안 유독 에단 헌트가 걸어온 지난 세월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로 인해 그가 현재 당면한 위험의 크기를 납득시키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그 예열의 시간이 다소 긴 편이기에 다소 루즈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잠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2개의 굵직한 액션 신은 바다 아래에서 느리면서 묵직하게, 하늘 위에서 빠르고 가볍게 전개되며 시리즈 사상 최고치의 도파민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육성으로 '미쳤나봐'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 시퀀스들을 소화하는 에단 헌트의 모습은 현실의 톰 크루즈와 자연스레 겹칩니다. 세계 평화를 지켜내려는 에단 헌트와 영화의 즐거움을 지켜내려는 톰 크루즈가 나란히 놓이면서 말이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제목부터가 말하듯 에단 헌트는 매 편에서마다 '불가능한 임무'를 혈혈단신으로 돌파해 왔습니다. 물론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 모든 임무를 완수할 수 없었겠지만, 어쨌든 임무의 최후 종착지에 다다르고 완성의 방점을 찍는 자는 언제나 에단 헌트였죠. 그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했던 것은 더 이상의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심지어 거기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다 한들 그마저도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까지는) 시리즈 최후의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엔티티는 자신이 수집한 세계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예측하고 그럼으로써 세계를 자기 손에 넣으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단 헌트는 언제나 불가능에 투신했던 자신의 천성을 발휘해 엔티티의 예측 범위 밖을 질주합니다. IMF의 신조가 말하듯 소중한 사람들과 더불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엔티티가 제시하는 그 모든 확률을 거스르는 불가능에 뛰어드는 에단의 이 프로페셔널리즘은, '얼굴도 모르는 전세계의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30년간 기꺼이 자신을 위험 속으로 내던져 온 톰 크루즈의 프로페셔널리즘과도 궤를 같이 할 것입니다. 그 덕에 관객들은 그의 '자연사를 기원'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에 힘입어 CG와 AI가 모든 것을 구현하는 시대에 와서도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의지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펙터클을 거대한 스크린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의 육체적-정신적 의지와 신념과 합일된 영화가 기념비적 시리즈로 매듭지어지는 순간을 동시기에 서서 목격하게 됩니다.


이렇듯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3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시리즈의 역사를 결산하는 한편, 이를 통해 도출한 메시지를 현재 마주한 미션을 해결하는 데 대입하면서 동시에 그간 이 긴 여정이 추구해 온 주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대하게 전개되어 온 프랜차이즈의 대단원으로서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불세출의 무비 스타가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앞장서서 이끌어 오면서 그 규모와 내실을 지속적으로 다져가며 진화시켰고, 그 결과 인기에 힘입어 억지로 늘려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세월의 흐름 속에서 주관을 굽히지 않고 영화의 고전적 가치를 되새기게 하며 존재해야 '응당 마땅'한 프랜차이즈가 완성되는 순간을 지켜보는 건 영화 팬으로서 결코 만나기 흔치 않은 기회일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마지막일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역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끝나지 않을 에단 헌트라는 이타적 인간의 소명, 톰 크루즈라는 무비 스타의 사명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만족스러운 마무리일 것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2025)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