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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ii Jun 07. 2018

한 줌의 먼지

By Evelyn Waugh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7

에벌린 워 Evelyn Waugh

2018.06.04~06.06


씁쓸한 풍자극. 전개가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 모두 아주 다채로웠다. 소리내서 웃게 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섬뜩함을 주기도. 간만에 이런 책 참 좋았다. 캐릭터 묘사도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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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소 성미가 고약한 사람들로 서로의 공적을 멸시했고 이방인에게 적대적이었으며 악의로 분열되어 있었으나 단장을 싫어한다는 점에서만 단결되었다. 원래 모든 사냥단은 단장을 싫어하기 마련이지만 인치 대령의 경우 그것은 상당히 부당한 일이었다. 그는 내성적이고 눈에 잘 띄지 않 는 사람으로, 거액의 사재를 들여서 지역 사람들의 사냥을 지원해 주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냥개들이 모이는 곳에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조금 떨어진 오솔길에서 우울 한 표정으로 생강 비스킷을 갉아먹거나 저물녘에 말을 타고 생각에 잠긴 채 느릿느릿 들판을 가로지르곤 했다. 갈아 놓은 밭을 배경으로 외롭게 서 있던 그 진홍색 형체는 짙어 가는 어둠 속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시골뜨기들에게 큰 소리로 길을 물었다. 그가 사냥단장이 됨으로써 얻는 유일한, 하지만 중요한 즐거움은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회사의 ‘이사회에서 지나가는 말로 그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었다. -154p


한편 토니는 거울 앞에서 담뱃갑을 채워 가지고 야회복 주머니에 밀어 넣으면서, 이 모든 상황이 환영 같고 섬뜩하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주체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러곤 옆방 문을 노크한 다음 침착한 태도로 방으로 들어갔다. 근 한 달 동안 그는 질서가 갑자기 실종돼 버린 세계에서 살아왔다. 모든 사물의 합리적이고 훌륭한 본질이, 그가 경험이나 교육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화장대 위 어딘가에 잘못 놓인 하찮고 눈에 안 띄는 물건이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난다 해도, 어떤 새롭고 기이한 사건을 목격한다 해도, 그것은 지금 그의 귓가에서 새된 소리를 내고 있는 총체적 혼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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