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퇴근 후에 카페 가야지. 작년 여름 퇴고한다고 저녁 늦게 들린 적이 있다. 올해는 처음이다. 쉬는 날 들리는 카페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첫째, 나만의 시간 가지기.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소식하려 해도 한번 입맛이 돌면 이내 두 번째 밥솥뚜껑이 열린다. 혹여나 남편이 늦는 날 저녁하고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면 두 시간은 그냥 지난다. 분명 무얼 했는데 안 한 느낌이랄까.
저녁 먹고 걷는 날엔 씻고 거실식탁에 앉아있다 보면 어느덧 잘 시간이다. 퇴근 시 바로 카페로 출근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커피를 즐긴다.
커피를 마시면서 보고 싶은 책을 읽는다. 필사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끄적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퇴근 후에도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날이 종종 있다. 장소만 옮겼다. 아이스크림라테는 카페에서 먹는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한 숟가락, 적당히 달달한 커피 한 모금이 입안에서 녹는다. 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어쩌다 카페인으로 잠들지 못한 밤을 보낼 시 다음엔 좀 줄여야지 해도 이내 다시 찾게 된다.
셋째, 독서와 글쓰기
무엇을 하려고 마음먹은 자체가 주도권을 잡은 거나 다름없다.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카페에 오면 뭐라도 적고 싶은 마음이 꿈틀댄다. 결과물(글발행)이 있다면 다음에도 당당히(?)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이 시간만큼 오로시 내 것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보상이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니까.
여기까지 적고 있는데 카페가 시끌벅적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저녁을 먹고 2차로 카페에 오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시선 앞에 다섯 팀이 있다. 내가 그 테이블의 일행일 정도로 대화가 잘 들렸다. 마침 반대편이 조용하다. 회의실 옆자리로 옮겼다. 유리창으로 가려져 있어 개의치 않았다.
넷째,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까지 쓰고 자리를 옮긴 후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낯익은 얼굴이 아른거린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이다. 갑자기?! 수많은 날 중 나는 오늘 카페에 왔고 원장님은 오늘 회식이란다. 원장님 뿐만 아니라 첫째와 둘째를 돌봐주셨던 선생님까지 인사했다. 네 살부터 일곱 살까지 유년시절을 함께하고 지난 세월 11년이다. 여전하시다. 일곱 살에 어린이집 졸업한 아이가 올해 중1, 중3이다. 서로 입만 떡 벌렸다.
자리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다. 이것이 이끌림인가.
"엄마, 공부해요? 좋다. 얘들 다 컸겠네"
원장님은 내 옆자리에 잠시 머물다 가셨다.
퇴근 후 카페로 오는 이유는 충분하지만 매일 같이 오지는 못한다. 어쩌다 가끔이다. 그 마음 아껴둔다. 하루쯤은 특별한 오늘로 만들 수 있다. 내 생각만 하고 매일같이 카페로 출근도장 찍는다면 남편이 토라질게 분명하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인연을 만난다.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지만 그 마음이 잘 먹히질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엄마로, 아내로의 역할이 먼저였다. 이제는 나에게 주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려 한다. 작은 보상과 여유가 값지다. 1분 1초가 아쉽다. 가끔 와야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주어진 시간을 감사히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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