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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응원한다

by 햇님이반짝


애틋하다
1.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
2. 정답고 알뜰한 맛이 있다.
형용사: 애가 타는 듯이 깊고 절실하다
(네이버 참조)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해주어야 한다. 오로지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오랜만이다. 추석연휴에도 온전히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은 드물었다. 연휴 끝나고 돌아오는 휴무일이 간절했다. 디즈니 ost가 가야금 연주 소리를 통해 흘러나온다. 고즈넉한 한옥에 앉아있는 듯하다. 예전에 한옥 도서관에서 들은 가야금 연주가 그리웠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흥겹다.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잡다한 소리가 들린다. 그런들 이런들 마냥 좋다. 가야금과 타자음이 조화롭다. 옆집 개와 까마귀 우는 소리는 코러스다.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도 책임져 줄 이도 없다. 내 삶이라 잘 살아야 한다. 나를 지키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이런 문장도 써보고. 낯간지럽기도 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결혼 후엔 남편이 나를 지켜줘야만 하는 줄 알았다. 남편도 회사 가기 바쁘다. 부모님은 늘 그 자리에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홀로 집에 있는 이 시간이 외롭지 않다. 누군가 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모래시계가 와르르 쏟아지듯 흘러간다.

오전에 SNS를 통해 내가 쓴 책 <현실 엄마, 브런치로 나를 키우다> 인증글을 보았다. 오랜만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술술 읽힌다니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니 감동의 선물을 받았다. 쓰길 잘했다.



오랜만에 10킬로미터를 뛰고 왔다. 나갈 때마다 큰 맘먹고 한번 뛰어볼까 해도 5킬로미터로 만족했다. 운동 연재가 끝나서인지 며칠 느슨했다. 그래도 완전히 퍼질러있지는 않았다. 직장이 나를 움직이게 하니까. 점심시간 산책도 하고 퇴근 후에도 잠깐 걸었다. 글쓰기 수업도 놓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발행일이 늦어지고 있다. 쓰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씩 해나간다.


내가 나를 애틋하게 바라봐준다.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1순위는 '나'이다. 잘 살기 위해선 나와 잘 지내야 한다. 첫째,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는다. 내 생각에 갇혀 살고 싶지만은 않다. 둘째, 산책은 눈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에만 머물러 있다간 이내 무기력해지기 쉽다. 셋째, 일기 쓰기.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기는 나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소통창구다.


일상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한창 사춘기 아이와 동거하는 중이라 자주 삐끗하지만 이마저도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다. 매일 아웅다웅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딸이 내 책상 주변을 기웃거린다. 엄마의 자리를 궁금해한다. 복수한다고 똑같이 '나가'라고 말했지만(그래봤자 거실이다) 내심 흐뭇하기도 하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 길을 걷기도 달리기도 한다. 보고 싶은 책을 읽는다. 올 초부터 쓰기 시작한 초고가 아직 3-3에 머물러 있다. 그럴 만도. 초고 쓰는 게 답답해 브런치를 붙잡고 있으니. 내가 하는 일이 진도 나가지 않을 때, 나만 멈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하던 일 하면서 조금 더 힘내보기로 한다. 나는 나를 응원한다. 내가 나를 애틋하게 봐주어 잘 보살펴야겠다. 엄마니까, 나니까 수시로 힘내어 본다.



개인 저서: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51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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