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얀 백지에 다다다 글이 너무 쓰고 싶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제목만 끄적여놓고 문장 몇 개만 쓰고 던져 놓았다.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브런치작가가 되고 2년 만에 처음으로 매거진이란 걸 만들었다. 얼마나 멋지게 쓰고 싶었길래 시작도 하지 못한 매거진. 이렇게 충동적으로 만들 줄이야. 급하니까(?) 뭐라도 하게 되어있다. 왜 급한지는 모르겠다. 출간 후 살짝 방향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그전에 나는 오늘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고 했다. 요 며칠 사는 대로 살았다. 아침에 눈 뜨고 미라클모닝 따위 같은 건 없었다. 출근이 끝이다. 오전이 빨리 가길 바랐고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불편한 걸 알면서도 찬바람을 뚫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본격적인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후에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렸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는다.
퇴근하니 어제저녁에 먹은 설거지와 아침에 그릇들이 쌓여있다. 저녁 먹기 전에 1차 설거지 후 밥을 먹는다. 다행히 지금은 2차 설거지와 싱크대를 정리하였다. 모카커피와 하얀 크림이 소복히 찬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블루투스키보드를 타닥 두드린다. 운동 나가야 되는데 하고 있지만 나갈 생각은 없다. 이 글이 마무리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의식의 흐름으로 시작했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글을 써내고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도 읽고 자기 계발 영상도 보았다. 글감들이 차곡차곡 저축하듯 모이는 것 같은데 성질 급한 단어와 문장들이 서로 나오려고 해서 오히려 막혀버렸다. 서론 없는 결론만 쌓여 굳어버렸다.
창조의 세계는 지능과 재능이 아니라, 반복적인 시도가 가장 중요하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실수로라도 멋진 게 나온다. 시도가 곧 당신의 창조성이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지능과 재능으로 글을 썼다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글과 경험으로 시도한 게 다다. 불만도 없고 불평도 없다. 앞으로도 내가 한 일들로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쓸거리가 없어서 시도한 매거진이지만 뭐라도 쓸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떤 시도든 좋다. 고민하는 것도 나고 고민을 해결하는 것도 나여야만 한다. 또 다른 고민은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겠지. 내일의 내가. 대신 쓰는 내가 해결해 주길.
나중에 하면 정말 좋겠다. 나중은 없는데.
지금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시도한 내가 있기에 그곳을 꿈꿀 수 있다. 실수로 나온 매거진이라 할지라도 이어가면 완성될 것이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 된다. 쓸거리가 없어도 쓰는 나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