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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Aug 24. 2024

'카멀라 해리스' 연설이  가슴 벅찬 이유

"국민을 대신하여, 정당, 인종, 성별, 할머니가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대신하여, 제 어머니를 비롯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모든 분을 대신하여, 저와 함께 자란 사람들 열심히 일하고 꿈을 좇으며 서로를 돌보는 사람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미국의 역사에 기록될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저는 당신의 미합중국 대통령 지명을 수락합니다"     


어제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시작하며 내놓은 스피치였다. 시카고 전당대회에 모인 당원과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는 엄숙하고 진지한 말과 태도로 당파와 인종을 초월한 미국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당원 한눈 한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참과 거짓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다짐이 되어 세계인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1964년생 59세 그녀의 인생 여정을 간결하지만 진솔하게 풀어나가며 감정에 호소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백만불짜리 평안함의 미소를 가졌다


이민자의 삶과 비영어권의 벽 그리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통한 설움, 그 모든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그녀의 올곧은 스피치는 미국에 사는 모든 나와 같은 이민자의 역경의 눈물과 설움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미국에서 20여 년을 살면서 느끼는 이민자의 설움이 한꺼번에 투영되면서 가슴 벅차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모두를 대신하여~로 시작해서 대신하여~로 끝냈다. 한마디로 자신이 모두를 억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모든 걸 대통령의 이름으로 대신하여 이루겠다는 강한 리더로서의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앉는다면 미국의 강력한 힘과 엄청난 세계의 파워를 단지 트럼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 힘을 쓸 것이라는 말로 자신과는 다른 개인적 성향을 고무시켰다.     


그 가운데 빌 클린턴의 한마디도 생각난다. 그가 말하길 트럼프는 연설 중에 “나, 나, 나~라는 말이 너무 많아 거짓말이 얼마나 많나 보다 ‘나’라는 단어를 세는 게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해리스는 너, 너, 너~라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트럼프보다는 어리다”는 말로 역시 클린턴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좌중을 흔들었다.      


'나는 트럼프보다 젊다'라며 좌중을 폭소시킨 빌 클리턴


다시 해리스로 돌아와서,


부통령 시절 그녀는 바이든의 그림자 역할을 아주 충실히 해냈다. 바이든의 성공을 위한 희생을 자처했고 오히려 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오바마가 바이든 부통령을 대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부통령인 해리스를 너무 세워주지 않는다는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결정적으로는 해리스가 부통령에서 대통령의 후보가 되었지만,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전당 대회에서 외친 "Thank you Joe" 대신 파렴치하고 욕심 많은 노인네로 역사에 남을 뻔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녀의 핵심은 인종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를 다시 찾고 특히 중산층의 번영과 발전을 약속했다. 미국의 지난 역사와 지금의 미국을 보면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격해지면 총이라는 극단적인 도구로 무차별적인 살상으로 인해 모든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마저 바꾸어 버렸다. 미국인들은 겉으로는 모두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지만 뒤돌아서는 온갖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 ‘두 얼굴의 사람들’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의 문화가 정착되었다.      


이민자들의 표정을 보라.


물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흑과 백이 있다는 가정하에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게 말해 대한민국에서 동남아인으로 살아가는 여정과 같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동남아인이 한국 사람보다 더 많은 부를 이루고 더 넓은 지식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한들 한국인들이 보는 시선은 ‘그래봤자, 우리랑은 다른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즉 자신들의 피부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삶으로 바라봄이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민자의 삶을 너무 당연시하면서 발생되는 그 이면에 모든 범죄와 이념의 갈래는 상상 초월적인 대립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국은 미국 건국의 역사와 이민의 역사가 일치하고 이민자 수가 우세하기 때문에 한국에 이민을 온 동남아인과는 비교되지 않겠지만 그만큼 이민자의 삶이란 다른 인종과 한 공간에서 얽혀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로 대신할수 있다.     


해리스는 여자임과 동시에 이민자이고 그것도 흑인과 인도의 혼혈아임과 동시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없는 여성이고 아이가 있는 남자를 초혼으로 선택한 정말 평범함이 일도 없는 독특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여자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으며 버락 오바마를 제외한 미국 사람 아닌 타인종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흑인과 인도계의 혼혈은 아주 드문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저 색다른 인종이라는 이유 하나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았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것인가. 해리스 한 세대에서 시작된 게 아닌 그 윗세대 부모 그리고 그 윗윗세대가 받았을 압박의 수의는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솔직히 미국에서 사는 한인사회만 봐도 같은 이민자지만 우리가 가하는 인종차별은 도를 넘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녀에게 흑인과의 데이트나 혼인은 절대 불가하다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건 당연하고 인도계 또한 인종차별의 서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시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흑인계 인도인이라는 꼬리표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래서인지 해리스의 수락 연설 첫마디, 국민을 대신하여 인종, 성별 그리고 할머니가 쓰는 언어를 대신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그만한 고통이 할머니 때부터 그리고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받는 설움이 지금의 해리스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연설 끝자락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국인으로의 특권과 자부심에 따르는 엄청난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시다'라는 말에 모든 당원이 환호하는 장면에서 나는 미국의 너무도 활기차고도 확실한 미래를 보았다. 미국은 하늘이 내려준 천조국이라 말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힘이 있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세계의 흐름을 간파하고 강력한 파워로 모든 다른 나라의 안보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 일함과 동시에 그에 상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장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서열을 정함으로써 하나 되어 그 힘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그 권력의 대가로 책임을 져야 하는 중대한 소명이 있다. 함부로 그 권력을 남용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일이다. 즉 미국 대통령의 역할은 단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아닌 세계의 장자로써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임을 해리스는 잘 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해리스의 연설은 오랜 그녀의 철학이 담긴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연설로 그치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에 앞장서는 소신있고 대담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감히 한국인 이민 1세대로서 나의 다음 세대에는 해리스를 토대로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서 동등한 권한과 성차별 없는 미국인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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