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고양이
“2013년 봄, 나에게 고양이가 왔다. [중략] 그렇게 한 1년 고양이와 정신없이 인생이 흘러가는 동안 집 밖에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세상 모든 곳에서 고양이가 나타난 것이다. 어디에나 고양이가 있었다. 주차장에도, 골목에도, 화단에도,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도 고양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 인생 어딘가에서 새로 문이 열려 고양이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같았다.”
“고양이 따위 알게 뭐냐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직 고양이의 문이 열리지 않았던 나를 생각한다. 나에게 그랬듯 그들에게도 어느 날 문득 문이 열리는 날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 문을 열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지음, p.139-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