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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범 Jul 23. 2021

전교회장선거

11학년(고2)이 다 끝나갈 무렵, 미국 고등학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생회 임원을 뽑는 임원 선거가 있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자리였다. 하지만 유학 온지 몇 년 되지도 않은, 학교의 유일한 동양인인 내가 과연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를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거꾸로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미국인 친구가 유학을 왔고, 이 친구가 전교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나의 한국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신기해서 뽑아주는 친구들도 있긴 하겠지만, 원래부터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고 교우관계도 좋은 인기 좋은 한국인 친구가 결국엔 회장에 당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출마를 했다가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분명히 영어로 연설도 해야 하고 유세도 해나가야 하는데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있을지 겁이 났던 것이다. 혼자서 출마를 할지말지 고민을 하다가 평소 존경하고 잘 따르던 선생님께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대답은 매우 짧고 명쾌하였다.


"Why not? Go for it!"(안 될 이유가 뭐 있어? 도전해봐!)


그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걱정을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피부색이 좀 다르고 국적이 다를 뿐, 같은 교실에서 똑같이 수업을 듣는 같은 학생들이었다. 

나는 National Honors Society* 의 멤버였고, 교내 야구부의 멤버였으며, 교내 밴드에서 보컬과 베이스를 맡은 밴드부장이었다. 내가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출마신청을 하게 되었고 바로 선거준비에 들어갔다. 


사실 나는 조금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교부회장, 6학년 때 전교회장을, 중학교 2학년 때 전교부회장, 3학년 때 전교회장을 역임했었다. 어린나이였지만 분명 다른 후보들보다는 학생회 활동 경험이 많았다. 그 경험들을 살려(한국에서 그랬듯이) 알록달록한 색깔의 피켓들을 만들고 명함 형태의 홍보물을 만들어 교내에 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교내 모든 사물함에 명함을 일일이 꽂아두었고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들의 가사를 개사하여 밴드부원 아이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한국스러운 유세활동이 그들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여졌나보다. 

일주일간의 유세기간이 끝나고 선거 당일 날 아침, 수많은 학생들이 나를 둘러싸고 내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날 오후, 투표 결과가 나왔다. 2등. 매우 근소한 차이로 전교부회장에 당선이 된 것이다!!

모든 것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발표하다 발음 때문에 놀림당하고 눈물 흘리던 한 작은 동양인으로 시작해서 전교부회장까지. 

3년간의 미국생활과 일주일간의 도전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표현중 하나가 Why Not이다. 그때 그 선생님께서 Why Not? 하고 반문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나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학생회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체 유학을 마쳤을 것이다. 


Why Not. 


시도해보기 전에는, 도전해보기 전에는 결코 그 결과를 알 수가 없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써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매우 걱정이 앞서고 두려운 일이었지만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참고.                    

<National Honor Society,(NHS)>


미국,캐나다 지역의 고등학생 중 학업과 더불어 다방면에서 모범적인 학생들을 선정해, 그간의 노력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동시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책임감을 고취시키려는 취지로 1929년 설립된 전국단위 단체. 교사 추천서, 학업성적, 에세이, 봉사활동기록, 리더십 기록 등 다방면에 걸쳐 심사를 한 후 최종 선발 을 실시함. 가입 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과 모임을 전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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