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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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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28. 2021

쇼미더머니의 다섯

나는 밤하늘의 펄보다 조광일이 좋더라

1. 이번 쇼미더머니는 확실히 조광일에게 마음이 간다. 그의 실력과 음악에 관한 진정성이 속사포 랩이라서 욕하고 싫어하던 동료 뮤지션과 프로듀서의 편견을 넘어 대중과 매니아들에게까지 인정받는 모습은 이번 시즌 밤하늘의 펄보다도 더 보석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차트 꼭대기에서 조광일 노래를 볼 수 있을거라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쇼미더머니는 그 동안의 논란들과는 별개로 뮤지션들에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극한의 스트레스와 그에 못지않은 보상을 돌려주는, 꽤나 괜찮은 부트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2. 나도 힙합에 진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공연을 했는데, 할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가사를 절었다. 랩을 직업으로 하는 매드클라운도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한참 가사를 절던 시절이라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하며 넘어갔다. 그리고 2012년 겨울, 혼신의 힘을 다한 오디션 지원 영상을 마지막으로 노래방 밖에서 랩을 하는 일은 없었다. 

 


3. 조광일의 인터뷰를 보며 생각해보니 그 시절 나는 연습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그 정도로 진심이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될 때까지 했어야 했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넘어갔다. 요즘도 그렇다. 솔직히 나태했다. 회사 일이 바쁘고 정신없다는 이유로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다.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겠다는 기세로 무언가를 해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했다. 뭐든 될 때까지 어떻게든 해내는 게 내 몇 안 되는 재능이었는데, 요즘은 그 재능을 잊고 살았다. 

안 되는 발음은 될 때까지 계속 연습의 연속이었어요. 안 되는 걸 해냈을 때는 되게 뿌듯하게 자고, 그걸 성공 못 했을 때는 안 자요. 그런 마인드예요. 안되면 될 때까지 무조건.  



4. 성장은 벽에 부딪히는 저항점에서 일어난다. 실력은 고군분투할 때 자란다. 피크 퍼포먼스, 77p



5. 이미 떨어진 베이식과 소코도모는 물론 쿤타와 조광일 모두 밤하늘의 펄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에는 기세가 한참 부족하다. 다만, 자기가 어떤 뮤지션이고,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지 충분히 보여준 것 같아서 팬으로서 뿌듯했다. 쇼미더머니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더 좋은 음악과 앨범으로 돌아오길 기다려보자. 그리고 릴보이는 앨범 좀 내라.


달맞이 고개에서 만난 진짜 밤하늘의 퍼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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