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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09. 2024

어느샌가 엄마와 많이 닮아있는 나

부전시장을 다녀오며 드는 생각


오랜만에 시장을 다녀온다. 역시나 부산 오면 내 단골집 노포동 어묵을 먹어주고 부전시장으로 고고. 장 볼걸 대비해 큰 장바구니 한 개도 들고 나왔다. 어묵으로 먼저 배를 채우니 아주 든든하다. 어묵집에서 믹스 냉커피까지 한잔 마셔주었으니 따로 커피를 안 사 마셔도 된다.


추석밑이라 그런지 시장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벅적벅적 인파들로 대단한 풍경이다. 명절 밑에는 처음 와 본 부전시장이라 눈이 번쩍 뜨이고 입이 떡 하고 벌어진다.


의식의 흐름대로 전에 왔을 땐 뭘 샀었지? 어디서 샀었지를 생각하며 복작복작한 시장통에 몸을 파묻어 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새우. 빨간 새우가 참 이쁘다. 한 봉지 만원이란다. “다시 새우 필요한데요.. 다시 새우 주세요.” 다시 새우를 반 봉지 그득 담아주신다. 그렇다. 다시 새우는 시커먼 것이었다.


지나치려 보니 멸치색이 참 곱다. 귀엽게도 생겼네. ”멸치요! 멸치도 주세요. “ 볶아 먹으면 참 맛있겠다.


세 번째로 눈에 들어온 건 고춧가루. 고춧가루도 중국산, 베트남산, 국산 종류가 많다. 색깔도 여러 가지고 굵기도 다 다르다. “반찬 만들 때도 넣고 김치 할 때도 넣고 하게요.” “이게 참 좋습니다.” “네, 그거 주세요” 색깔도 무난하고 굵기도 무난한 고춧가루로 골라주셨다.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한 시장가방. 그래도 아직은 거뜬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6월에 왔었던 할매 선지국밥을 지나칠 수 없지. 오늘은 돼지국밥으로 맛보고 싶어졌다. 복잡해서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하며 어렵사리 찾은 할매국밥. 근데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그 자리에 뭔가 바뀐 분위기다. 옆에 국밥집 아주머니께서 어디 찾느냐고 물어보신다. ”할머니 계셨는데요? “ ”아 그 할머니, 연세도 많으시고 힘들어서 그만두셨어요 “ 하신다. 아뿔싸! 온 김에 여기라도 들어가 먹어보자.



역시 할매 선지국밥 그 맛을 못 따라간다. 오늘은 그 할머니 돼지국밥 맛을 보고 싶었는데.. 이제 할머니가 만드시는 국밥 맛을 볼 수 없다고 하니 아쉬움 한 가득이다.


네 번째로 장 본건 약간 두껍게 손질된 일미. 참 먹음직스럽게 식감도 좋아 보인다.


얇은 부추가 눈에 들어온다. 저거 부침개 해 먹으면 딱이겠는데 하며 반단을 산다.


시장에서 파는 건 왜 다 맛있어 보일까. 맛있게 썰어져 팩에 담아진 머리 고기 수육에 눈길이 가서 걸음이 멈쳐진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신다. 국에 넣어 먹어도 된다고 하니. 맛도 있다고 하시니 한 번 사보자.


반찬가게 앞을 지나는데 어머니 포스가 장난 아니시다.

반찬들이 다 맛깔스러워 보인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밴댕이 젓갈. 맛나게 보여서 아니 데려올 수 없었다.


최대한 무게 안 나가는 걸로 장 보자 하고 나름대로 정했건만 점점 무거워지는 장바구니다.


마지막 정점을 찍은 포항 납세미. 예전에 엄마가 참 맛있게 지져주셨는데 납세미 조림. 나도 맛나게 한번 지져볼까?


다시 새우, 멸치, 정구지(부추), 고춧가루, 밴댕이 젓갈, 머리 고기수육, 일미, 납세미. 무려 8가지다.


식구는 많이 없어도 곧 추석이니 보관 잘해 두었다가 써먹어야지 한다. 어느새 뚠뚠이가 된 나의 시장가방. 어떻게 들고 갈지가 문제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하지만 식구들을 떠올리며 하나 둘 장 본 것들이다. 이렇게 무겁게 장 봐서 들고 갈 때면 꼭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식구들을 위해 양손 가득 늘 장을 봐가지고 오시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지금은 하늘나라 가셔서 엄마께 손수 음식을 해 드릴 수는 없지만.. 시장 장을 보면서 잠시 울 엄마를 떠 올려본다.


“약했지만 강인했던 엄마. 늘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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