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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6. 2024

내리사랑

형님사랑을 싣고

시원하게 비 내리는 추석 전 날 아침이다. 오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다. 어제저녁 서울에서 조카가 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직 한 밤 중이라 실컷 잠을 자게 놔둔다. 보통 때보다 두 시간이나 더 걸려 운전해 와서 엄청 피곤할 테다.


어제저녁 좀 늦게 도착해 함께 밥을 먹었다. 조카가 온다 하여 몇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그냥 일상 먹는 식으로.


고기 국간장 넣고 참기름 둘러 볶아 통깨 뿌려내고, 지난번 사 둔 포항 납세미를 무 넣고 양념장 발라 조려주고, 홍합 넣은 된장국도 끓이고 며칠 전 담은 겉절이 김치랑 그렇게 차려 내었다.


조카가 ‘너무 맛있어‘를 먹는 내내 반복하며 밥을 두 번 더 추가해 먹었다. 특히 납세미 조림이 너무 맛있다며 잘 먹어주었다. 생각보다 잘 먹어주니 음식을 준비한 나로선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큰 형님은 2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아직 장가 안 간 아들들 둘을 남겨놓고 말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세가 호전되는 듯싶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다.

어차피 조용히 보낼 명절일 텐데 하며 조카보고 며칠 전에 집으로 오라고 했었다. 바쁜 약속이 없는지 흔쾌히 온다고 했던 것이다.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엔 어머니께서 형님댁에 함께 살고 계셨다. 형님의 갑작스러운 병세에 어머님은 아들네로 오셨던 것. 그 뒤 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형님은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랑 함께 지내게 되신 것이다. 사람일이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나를 그렇게나 이뻐해 주시던 큰 형님이 하늘에 별이 되셨으니.. 영원히 오래 함께할 줄만 알았는데.. 내게 너무나 사랑을 많이 주신 분이라 형님의 죽음은 그때당시 너무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를 너무도 사랑해 주셨던 그 형님은 우리가 어머니 뵈러 서울로 올라가면 정말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주셨다. 고수들의 레시피만을 골라 그대로 음식을 만드셨다며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든 맛과 비주얼에 항상 감탄하며 먹었더랬다. 그런 형님이 이제는 안 계시니 허전하고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형님의 지극한 올케사랑이 지금은 그 아들 조카들에게

가고 있다. 자주 볼 순 없지만 1년에 두 어 번 올 때 그래도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려서 주고 싶은 숙모의 마음이랄까.. 나도 어릴 적 고모네, 이모네, 외숙모네 가면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고모가 김치찌개 하나 해 줬을 뿐인데도 그게 너무 맛있어서 밥을 두 그릇씩 먹곤 했다.


가까이 살면 맛있는 거 자주 해 줄텐데 아쉬운 마음이 늘 생기지만 몇 번 올 때 만이라도 성심성의를 다해 잘 챙겨주고 싶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 어머니 먼저 식사를 챙겨 드리고 나는 블랙커피로 아침을 대신했다. 국거리 소고기가 있어 무 넣고 무소고기국 끓이고 새콤달콤 오이무침도 해 놓았다. 밥 먹기 전에 통통 계란말이 한 개 더 해서 조카랑 함께 먹으면 되겠다.


형님사랑은 올케

숙모사랑은 조카


뿌듯한 명절 연휴 첫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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