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쓰기 중독증

버스 안에서

by 지니


시원한 바람이 열린 버스 창 사이로 들어와 나른한 잠을 깨운다.



피곤했지만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요양보호사님이 오시는 시간의 틈을 타 나만의 자유시간을 가진다. 무 계획형이라 어디를 갈지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며 생각한다.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검색한다.



날씨를 보아하니 떠오르는 곳이 있다. 거기가 어딜까? 답은 3초 후에 공개!






































바로 ‘경주’다. 울산에 살 땐 경주랑 접근성이 좋았는데 부산으로 다시 오니 더 멀어졌다. 경주는 내게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부산 살 때 친정은 울산이었고 울산 살 때 친정은 경주였다. 지금 다시 부산으로 왔는데 그럼 지금의 친정은 어딜까? 그래도 경주다. 히히



집을 나서기 전 바람은 어디 조용한 곳에 숙소를 잡고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마음 놓고 몸을 누일 수 있는 곳, 그저 편하게 몸을 늘어뜨린 채 있고 싶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들로.



잠이 서린 게슴츠레한 눈으로 노포행 버스를 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깥풍경을 보며 있고 싶었는데 폰을 꺼내 이 벅찬 심경을 글로 표현한다.



배가 부른 상태로 경주행 22번 좌석에 앉았다. 평일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경주행 버스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바깥공기와 버스 안의 공기는 달랐다. 그야말로 푹푹 찐다.



배가 부른 이유는 내 단골집 어묵 맛집을 들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갔을 때 천 원 하던 어묵이 1500원으로 올랐다. 이 집을 가면 어묵 6개가 기본인데... 오늘도 어묵 6개를 신나게 먹었다. 남들 3개 먹을 속도에 난 6개를 먹는다. 그만큼 이 집 어묵은 사랑이다.



여하튼 버스는 노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경주로 향한다. 떠남은 언제나 설렘을 가져다준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보지 못하면서 가는 건 아쉽다. 바깥 풍경을 보면서 가는 게 이 버스여행의 묘미인데 말이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잠깐의 시간이 나를 살게 한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자유다. 평소 도서관 가는 걸 즐기는데 오늘 휴관일이다. 그래서 나름 한 주에 한 번이라도 오늘 같은 날엔 어디든 떠난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난 뒤부터는 어딜 가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니 나는 짤막하게 다녀오는 걸 선호한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버겁고 멀게 느껴진다. 어딜 가도 가는데 한 시간, 오는데 한 시간이면 좋은 것 같다.



경주에 도착하면 늘 들리던 코스 한 바퀴를 돌고 좋아하는 집 메뉴의 음식과 차를 마시며 그렇게 놀다 오는 것이다. 뭐 거창할 필요도 없다.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내가 원하고 바라던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돌아올 수 있다.



두 발 건강히 다닐 수 있어 감사하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즐거움에 감사하고, 짬을 내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에 감사하고...... 무수히 감사할 일들이 많지만 여기서 줄인다.



경주에 가면 황리단길을 걷는다. 터미널에서도 가깝고 여길 가면 구경거리, 먹거리가 풍부하다. 그야말로 눈도 입도 즐거울 수 있는 곳이다. 배가 출출하면 먼저 먹고 대릉원 한 바퀴를 돌고 아니면 대릉원을 먼저 돌고 먹어도 된다. 배가 차면 황리단길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면 된다. 중간에 맛난 음료도 한 잔 해 주면 더 좋다.



오랜만에 경주, 내 친정과도 같은 푸근한 경주에서 오늘도 재미난 추억 만들고 가야겠다.



그럼 이만...







*사랑의 생존자님을 위해 사진 한 개 더 올립니다. 대문 사진은 부산 하늘이고 여기가 경주 하늘입니다. 10분 전 도착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