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의 사담(私談) _바람의 찰나

사사로운 이야기 03

by Jin


바람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찰나들을 만나게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필연을 가장한 우연.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들 중 유난히 마음을 끄는 찰나들은 바람이 만들어준 순간이었다. 어쩌면 살아가며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을 모든 것들이, 바람을 만나는 찰나에 드러났다.



Photo by Jin / 25. 03. 28



바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건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낄 순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바람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햇빛과 그림자보다 조금 더 특별한 조건이 붙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손을 뻗어 손을 살짝 오므리거나, 흩날리는 것들과 만나면 바람은 곧잘 자신의 존재를 들키곤 했다.



Photo by Jin / 08. 08. 23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가득 스쳐 지나간다.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붙이고 살짝 오므리면, 손 가득 바람이 찬다. 하지만 바람은 마른 모래와 같아서, 내가 욕심을 내어 바람을 쥐려 하면 할수록, 바람은 빠져나가 손 가득 차던 그 감촉은 사라지고, 하나도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욕심이 닿는 자리에는 뭐든 오래 머무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Photo by Jin / 25. 04. 10



벚꽃이 가지와 이별할 무렵, 벚나무가 만개한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털썩 주저앉아 바람이 불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벚나무 위로 하얀 꽃눈이 내린다. 꽃잎들이 마구잡이로 흩날리는 방향이 곧 바람이 움직이는 방향이다. 봄 바람은 변덕이 심해 좀처럼 일정하게 불지 않았다.



.Photo by Jin / 25. 04. 10



마치 나의 널뛰는 감정처럼. 어느 날은 포근하다가도, 어느 날은 매섭게 차가워지는. 바람에 감정이 있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바람에 나는 나부끼듯 흔들린다. 바닥에 떨어졌던 벚꽃잎들이 바람에 나 처럼 휘몰아치며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이번 바람은 아래에서 위로 부는 바람인가 보다.



Photo by Jin / 25. 04. 10



언젠가 우리 집까지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날아든 적이 있다. 삼십 미터는 족히 되는 높이였다. 이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시 한 번 더 날아오른 것을 기뻐해야 할지, 다시 한 번 더 떨어져야 하는 것에 슬퍼해야 할지. 손에 잡힌 벚꽃잎을 놓아주었다. 다시 한 번 더 날아오르는 것이, 너에게도 기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IMG_8176.JPG Photo by Jin / 25. 05. 11



널 떠나 보낸

바람이 내 머리를 엉클인다.

흔들리는 건 나일까.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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