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과 코발트, 천연 흑연 등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내년부터 배터리의 광물·부품 가운데 중국산이 다량 포함된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만큼 이들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물론 미국 IRA로 한국뿐 아니라 독일·일본, 심지어 미국 기업도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기가 쉽지 않아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IRA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액 17억4천829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4억7천637만달러로 84.4%를 차지했다. 이어 칠레 수입액이 2억2천657만달러로 13.0%, 러시아가 3천29만달러로 1.7%였다.
같은 기간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상관습<商慣習>상의 산화코발트)도 전체 수입액 1억5천74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억2천744만달러로 81.0%를 기록했다.
천연 흑연의 경우 전체 수입액 7천195만달러 중 6천445만달러가 중국산으로, 비중이 89.6%에 달했다.
이들 자원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18.9%포인트(p) 올랐고 같은 기간 코발트는 53.1%에서 64.0%로 10.9%p 상승했다.
천연 흑연도 83.7%에서 87.5%로 3.8%p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90%에 근접했다.
수산화리튬의 경우 올해 들어 수입이 더욱 급증했는데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호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7월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454.1%나 늘어났는데 이는 중국 수입액이 469.2%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는 배터리에 중국 광물과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IRA에 서명함에 따라 당장 연말까지 한국의 현대차·기아와 일본 도요타·혼다, 독일 BMW·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기업들도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 요건에 '북미 조립' 요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 전기차는 전량 국내에서 조립된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전기차 미국 수출량은 3만4천828대이고 수소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합하면 총 4만4천652대다. 전기차의 경우 지난 한 해 2만대가 수출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계획을 최근 발표했지만, 완공 후 양산 시점 목표가 2025년이어서 그전까지 보조금 수령이 어렵다.
독일도 전기차를 전량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일본은 미국에서 조립하는 닛산 1개 차종만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미국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에서 조립되지만, 쿼터(판매량) 상한에 걸려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제조사별로 연간 20만대까지만 보조금을 준다.
내년부터는 쿼터 상한이 폐지되는 대신 북미 조립 요건 외에 배터리의 광물·부품 비율 요건이 추가된다.
광물의 경우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 사용한 비율을 내년에 40% 이상으로 맞춰야 하고, 오는 2027년에는 80%에 도달해야 한다. 부품은 내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고, 오는 2029년에는 100%로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