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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 Jul 01. 2024

240630 서운함

서운해. 네가 안 만나줘서. 

아주 작은 것에도 서운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감정에 깊이 잠겨 나의 이 일방적인 감정에 누군가를 마구 원망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가 지금 정상은 아닌 모양이구나.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작정 이것저것 챙겨 밖으로 나선다. 나를 달래기 위함이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서운함. 마음에 모자라 아쉽거나 섭섭한 느낌. 섭섭함. 기대에 어그러져 마음이 서운하거나 불만스러운 것.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 감정은 결국 누군가에게 내 멋대로 기대해 놓고 그 기대를 채워주지 않는다고 멋대로 실망하는 이기심에서 출발한다. 심지어 ‘난 이런 것을 네게 기대하고 있으니 채워줘라’하고 대놓고 요구한 적도 없는 주제에 알아서 내가 바라는 행위를, 내가 바라는 말을 해주길 바란다. 서운함은 심지어 쉽게 원망으로 흐른다. 기가 막히게 쪼잔한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서운하다는 말이 싫다. 쉽게 누군가에게 서운하단 말을 꺼내는 사람들을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 불현듯 외로움을 느낄 때면 내 가슴 속에 가장 쉽게 자리 잡는 마음 또한 서운함이기도 하다.


내가 힘든데 왜 ‘뭐해?’하고 날 찾아주지 않아? 왜 내가 만나자고 하는데 만나주지 않아? 넌 왜 하필 오늘 다른 일정이 있어? 너는 왜 내가 시간이 안 될 때만 만나자고 해? 왜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아? 같은, 한없이 좀스러워 어디 대놓고 말도 못 할 불평과 원망이 마구 튀어나와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운다.


쏟아지는 원망의 화살은 불행히도 하필 요즘 바빠 나와 약속을 잡을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친구에게로 향한다. 이제까지 자주 만나 술을 마시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서로를 위로했던 시간은 외면한 채 요 며칠 나를 서운하게 했던 몇 개의 카톡 따위만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늘은 만나기 곤란하다는 말에 가능한 퉁명스럽고 짧은 답장을 보낸다. ‘ㅋㅋ ㅇㅋ’ 뭐, 이렇게. 기분이 상했다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마음을 슬쩍 담아서. 꼴에 자존심은 상하니까 직접 말하진 않고.


당연히 그 마음은 닿지 않는다. 닿겠냐?



서운함을 달래러 무작정 나왔다가 발견한 카페

서운함이 쌓인다는 건, 내 마음의 공간이 작고 좁아졌다는 이야기이고, 또한 내가 여유를 잃었단 말이다. 내가 더 추해지기 전에 나를 달래줘야만 한다. 기다려. 너 지금 너무 구려. 지금 갑갑한가 본데? 집에 박혀있지만 말고 좀 나가보지 그래? 어차피 집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 할 거잖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내게 직접 빠르게 쏟아내 주곤,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덥고 꿉꿉해진 공기라도 잔뜩 들이마시고,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잡아타고 버스가 가는 길을 따라 행선지를 정한다. 지도에서 카페를 검색해 몇 개 눌러보고 적당히 조용하니 괜찮은 카페로 향한다. 다행히 사람도 없고 제법 그럴싸한 공간을 찾으면 태블렛이나 노트를 펼치고 아무 말이나 쓴다. 책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거나 골라 무작정 읽는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는다. 카페 사진도 끝내주게 찍어 트위터나 인스타에 올려본다.


그렇게 한두 시간 노닥거리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다. 역시 난 혼자서도 잘 노는군. 뿌듯한 마음도 좀 든다. 좀스러운 마음이 하도 자주 나를 찾아오다 보니, 이젠 어떻게든 날 나 스스로 달래는 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다 어른이야.


물론, 얼마 안 가 ‘그런데 이건 내가 서운할 만하지 않나?!’하고 불쑥 화를 낼지도. 여전히 내겐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 같은 면이 더 많으니까.

좋아하는 디저트 바에도 갔다. 처음 마셔본 술이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음에 자기도 모르는 새 내 서운함의 화살을 맞아야 했던 불행한 나의 친구를 만나거든 사실 요새 너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좀 삐질 뻔했다고, 술 한 잔을 부딪치며 슬쩍 고백이나 해봐야겠다. 사실 삐질 뻔한 건 뻥이고, 삐졌었지만. 어쩌면 친구는 ‘너 그런 것 같더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의 작고 찌질한 면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를 놀리듯 비난하며 깔깔 웃을 줄 아는 그런 사이다. 그러고 나면 근거 없는 서운함도 훌훌 털어버리게 되겠지.



다만 그때까지 내가 상상 속의 화살을 꺼내어 휘두르다 진짜 친구를 찌르지 않도록 열심히 나를 어르고 달래줘야만 한다. 애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다. 언제 어른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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