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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Dec 15. 2024

비엔나에서 3일 : #1 도착

@1. 기내 프로그램 돌리기


비행기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습관은 그 나름 견딜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냈다. 기내에서 들을 음악목록을 작성하는동안 잊고 있었던 곡들, 음악가들, 연주자들을 다시 공부할 수 있다. 꼭 읽어야할 책을 챙기고, 이북 목록도 점검하면서 우연에 기대어 학습효과가 증진될 부푼 설레임을 다진다. 써야할 글의 주제를 몇 개 정리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실행되지 않는다.


그동안 잘 듣지 않았던 음악들을 잔뜩 꺼낸다. 드보르작 교향곡 7번, 사티의 사라방드, 쇼팽의 첼로 소나타, 헨델의 파사칼리아와 사라방드 …..익숙한 음악들만 듣다가 새로운 기분으로 음악을 들으니 모든 것이 새롭다. 익숙한 것들과 잘 지내고 새로운 것들에 마음의 문을 열어 내게 주어진 인생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능력, 잠들어 있는 그 능력을 깨우는데 여행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


@2. 5년만에 비엔나 도착

이륙후 40분 정도, 착륙전 20분 정도 기류가 흔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애초에 13시간 30분으로 알려줬는데, 어떤 사정으로 비행 항로가 변경된 것인지 12시간으로 줄어 표시되었는데 12시간 30분 걸렸다. 갈 때는 좀더 편안하겠지. 입국 심사는 아주 심플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OBB기차로 이동했다.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격도 14유로면 비싸지 않았다. 숙소는 중앙역에서 걸어서 8분 거리. 한국보다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지만 여기도 가을이다. 숙소는 우리 가족 셋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깔끔하고 깨끗했다. 냉장고와 금고가 없어서 아쉬웠다. 여권을 계속 들고다니는 불편함은 감수해야지….


내일 아침부터 식당을 찾아다니기 불편할 것 같아서 내일 하루만 조식 쿠폰을 샀다. 세식구 합쳐서 38.70유로. 숙소에서 각자의 영역을 정한뒤 짐을 풀고 잠시 산책을 했다. 중앙역과 그 인근에는 딱히 괜찮은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호텔에서 추천해준 곳, 여행 계획 세울 때 봐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착각을 해서 라운지라고 써져있는 엉뚱한 카페로 갔다가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갔는데, 나에게 비난한다고 오히려 내가 역정을 내었는데 생각해보니 부끄럽다. 


@3. 묘한 저녁,  비엔나에서의 첫 식사


엷적은 사과를 하고 <어반 라운지>로 향했다. 자리 두 곳 모두 예약되어 있다고 해서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어린 남자 종업원보다 보스인 여자가 자리 없으니 나가라고 한다. 그 단호한 태도에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났다. 뭐 대단한 식당같아 보이지 않는데….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카운터에 있던 남자가 조금만 기다려 주면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서 음료 세 잔을 서비스로 내주었다.


약간 마음이 풀어지면서 맥주 두 잔과 구글에서 검색했던 메뉴를 주문했다. 곧이어 자리가 나고 zwettler라거 두 잔을 받았다. 양과 맛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옅으면서도 라거가 가진 명확하고 깔끔한 맛. 잠시 검색해보니 오스트리아 맥주 양조장은 200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주문한 음식들이 묘하다. 아주 맛있지도 그렇다고 아주 떨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맛이다. 밤 늦은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밖에 없어서 선택되었기에 그다지 불만은 없다. 비엔나에서 첫날 밤이니....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인상으로 인해 찝찝한 구석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얼른 내쫓아 버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화살은 결국 내가 나에게 겨누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훌륭한 사람들만 만날거라는 생각은 접어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작년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 관람하면서 쌓아뒀던 좋은 기분을 취리히 역에서 맥주 한잔 먹으며 잔돈을 엉터리로 거슬러 줬던 사람으로 인해 실망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디가나 있게 마련이니 실망 따위는 접어두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오늘밤 가장 중요한 숙제는 잠을 제 시간에 자고 충분히 자는 것이다. 첫날 시차적응에 실패하면 그 여파가 며칠씩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12시 다 돼서 잠이 들었다가, 1시간 반 만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새벽 다섯시에 잠이 깨서 안도했다.  깼다가 다시 잠들고. 그래서 새벽 다섯시까지 그런대로 푹 잤다. 문제는 회전근개 부분 파열된 어깨....통증의 깊이가 어디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돌아누울 때마다 통증이 스며들어온다. 아픙로 남은 2주일간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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