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면 낯선 환경에 덜 당황할 수 있습니다!
육아를 주제로 매달 글을 쓴다. 모든 글쓰기가 힘들지만 육아 관련 글을 쓰는 것은 특별히 더 많은 고통을 준다. 적당한 소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퇴근 후 아이들과 나누는 간단한 대화나 자녀들이 푼 문제집을 확인하는 것 외에 육아와 관련된 일상이 거의 없는 편이다.
없는 주제를 쥐어짜서 글을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금세 또 새로운 글을 쓴다. 회사에 있을 때는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춘 것 같던 시간이 이럴 때는 빛의 속도로 지나간다. 3월 초에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이 있어, 이번에는 '초등학교 보내기 준비'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긴다. 초등학교 입학에 굳이 따로 준비할 것이 있나? 내가 입학할 때도 지금처럼 따로 준비를 했었나?
하루 정도 글의 주제(초등학교 입학 준비)가 적합한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이 내용으로 글을 써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돌봄 환경은 갈수록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고민해 볼 주제인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 사전 준비가 필요한 이유
일반적으로 (물론 다른 형태의 교육도 있다) 아이들은 유치원 졸업 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 입학은 감사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맞벌이 부부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유치원과는 달리, 초등학교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이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들 것을 대비해서 부모 중 한 명은 경제 활동을 하기보다는 자녀 돌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8세가 되기까지 가정과 보육시설에서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마주한다. 이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친구들을 사귀며 본격 '학생 신분'의 삶으로 접어든다.
문제는 예전보다 돌봄 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데 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며 꾸역꾸역 삶을 영위해 나간다. 부모 모두가 돌봄과 양육이 아닌 일터에 투입되는 것이 필연적일수록, 아이들의 마음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아닌 불안함과 결핍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이런 상황임에도 많은 부모들은 '내 아이 정도면 훌륭하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 자식이 이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 마는, 환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부모 눈에 탁월해 마지않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입학 이후 얼마든지 산만한 행동을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제멋대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옷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학교는 보육이 아닌 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돌봄에 취약한 아이들, 부모의 관심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이들을 케어할 교사는 교육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글을 쓰며 나의 자녀는 학교생활을 할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부모로서 내가 챙겨야 할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즐거운 1학년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인터넷 검색창에 '입학준비'로 검색을 하니 몇 가지 공통된 내용이 나왔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등굣길 교육'이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대부분 자체 버스나 승합차로 등하원이 이루어지지만, 초등학교는 대부분 도보로 통학한다. 통학의 경우 첫째 딸아이와 같이 하면 될 것이고, 학교가 집에서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행히 큰 걱정은 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한 '기본 생활습관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함께 육아글을 쓰는 지인은 무엇보다 '오래 앉아있는 것'과 '쉬는 시간 화장실 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동이 잦고 몸을 많이 사용하는 유치원과는 달리 한 시간 가까이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장시간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크게 걱정이 안 됐다. 올해 들어 교회 예배 형태가 바뀌었는데, 아이들이 교회학교 예배를 따로 드리지 않고 부모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 10분 안팎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재밌는 설교가 아닌, 40분 정도의 길고 딱딱한(?) 설교를 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그래도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엉덩이에 힘을 준 채 끙끙대며 열심히 듣는다. 주일마다 드리는 예배가 입학 준비에 도움이 될 줄이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화장실 이용'이다. 둘째는 비교적 배변 시간과 패턴이 일정한 편이지만, 나를 닮아 식성이 좋아 변을 자주 본다. 아직 혼자 대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하지 못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뻐꾸기시계 알람 같은 둘째의 외침을 듣는다.
"엄 - 마 - 다 - 했 - 어 -."
아차 싶었다. 교내 화장실에 홀로 외로이 앉아 "선 - 생 - 님 - 다 - 했 - 어"를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졌다.
며칠 전 받은 학교생활 안내문에도 '아이들이 등교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가더라도 언제든 예외의 순간은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입학을 앞두고 둘째와 매일 '뒤처리 훈련'을 하는 중이다.
"자, 이렇게 휴지를 잡고 천천히 닦는 거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한번 더 확인을 한 뒤, 이상이 없으면 자리에서 일어서면 돼. 물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변기 뚜껑을 먼저 닫는 것 잊지 말고!"
진지하게 가르치는 아빠와는 달리 둘째는 '아니 뭐 귀찮게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는 표정이지만, 다행히 툴툴대지 않고 곧잘 따라 한다. 몇 번만 더 연습하면 혼자서도 쓱쓱 잘할 것 같다. 그런데 이 학교 화장실에 양변기가 있었던가?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보낸 '입학생 학교생활 안내문'을 받았다. 무려 다섯 페이지에 달했는데, 막연하게 혼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고 실제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온 내용은 '습관 형성'에 관한 것이었다. 바르게 인사하기, 항상 고운 말 사용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오른쪽으로 다니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기 등 일상 속에서 지켜야 할 10가지의 생활 수칙이 담겨 있었다. 안내문을 프린트한 뒤 둘째와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며 다시 한번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생활 안내 페이지'에는 집에서 확인하고 챙겨야 할 사항들이 나와 있었다. 급식을 위해 수저는 제공되지만 개인 물통을 준비할 것,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등교할 것, 실내화 뒤꿈치에 학반과 이름을 적을 것, 알림 사항은 '하이클래스'를 참고할 것, 등교시간은 8시 20분~40분을 지킬 것 등 챙길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내가 어릴 때는 아주 이른 시간에 등교해서 책을 읽거나 개인 정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요즘은 정해진 등교시간을 지켜달라고 쓰여 있었다. 이른 시간에는 교사가 없기 때문에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디테일에 감탄하면서도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직장인이라는 핑계로 출근 준비에만 급급했는데, 아이들 등교 전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챙기고 확인해야 하는 줄 몰랐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등교 전 아침밥 먹기' 미션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로 4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등교 전 끼니를 거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삼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 본인도 나처럼 출근을 하던 때였는데.
다가오는 3월 4일에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다.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할 수 있지만, 나의 작은 관심들이 모여 아이의 학교생활에 보탬이 될 거라 믿는다. 기본적인 것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아이, 그래서 선생님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둘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