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관계는 왜 우리를 흔들리게 하는가

by 한끗

흔들리는 게 싫다는 사람은 많다.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고, 때론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니까. 시험이 다가올 때 손이 떨리고, 사랑이 끝나갈 때 마음이 흔들리며, 미래를 떠올릴 때 눈앞이 흐려진다.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선 나무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 나무 역시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살아간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흔들림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묘하다. 흔들림을 ‘실패’로만 여기던 시선이 어느 순간 바뀐다. 돌이켜보면, 가장 크게 흔들렸던 순간이 결국 나를 자라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아기가 첫발을 내디딜 때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떻게 걷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처음부터 곧게 걷는 아기는 없다. 휘청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균형을 익힌다. 흔들림은 넘어짐의 예고가 아니라,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의 실패, 관계 속의 갈등, 예기치 못한 상실. 모두 나를 흔들어 놓지만, 그때마다 질문이 따라온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흔들리지 않으면 묻지 않는다. 묻지 않으면 배우지 않는다. 결국 흔들림은 나를 흔들어 무너뜨리려는 적이 아니라, 내 안의 질문을 깨우는 조용한 스승이다.

역사를 보자. 인류가 크게 도약할 때마다 거기엔 반드시 거대한 흔들림이 있었다. 지동설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중심이라고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는 불안을 겪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새로운 사고의 문을 열었다. 예술과 철학, 혁명과 사상도 마찬가지다. 모든 변혁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어 놓는 데서 시작된다. 흔들림은 창조의 전주곡이다.

물론 흔들릴 때는 괴롭다. 그 순간을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크게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한없이 무력하고,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흔들림 덕분에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안정만 추구했다면 아마 그 길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흔들림은 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결국 더 큰 세계로 내보낸다.

그러니 중요한 건 흔들림을 피하는 게 아니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만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쓰러질까 두려워 움츠러들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은 불안정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도 있다. 흔들리는 건 약함의 징후가 아니라, 성장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들릴 때 진짜 나를 만난다. 흔들림은 가면을 벗겨내고, 내가 숨기던 결핍과 욕망을 드러낸다. 동시에 그 속에는 아직 꽃피지 못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떤 이는 흔들림을 두려움으로만 기억하고, 또 다른 이는 흔들림을 계단 삼아 더 높이 오른다.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다. 흔들림을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것인가. 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 아니, 흔들림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야말로 삶이 내게 건네는 초대장이었다는 것을.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다. 흔들림은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다.

그리고 그 통로를 지나가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자신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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