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3
경비실 문을 급히 두드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비아저씨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가보자며 몸을 일으켰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나는 닫힘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1··· 2··· 3··· 엘리베이터는 유난히 더디게 올라갔다. 11층에서 문이 열리자 급한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섰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식탁에 앉아 씩씩거리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어떤 일로 그러세요? 이분은 여기 사시는 분이 아니잖아. 몇 호에 사세요?”
경비아저씨가 묻자, 아주머니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옆집인데, 마사지기인지 운동 기구인지 소리가 나니까."
"여기서 난다는 얘기죠?"
"어. 그때 내 주변은 다 열어봤어요. 10층, 12층도 열어보고. 근데 이 집만 못 열었어."
아주머니의 범상치 않은 화법과 단어 선택이 내 신경을 사정없이 박박 긁어댔다. 그녀에게 남의 집 현관문은 원할 때 언제든 벌컥벌컥 열 수 있는 자기 집 냉장고 문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만 보여주면 끝날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냐'며 불평이 이어졌다. 생떼를 부리는 그녀에게 엄마는 결국 '경비원분께 방을 보여드릴 테니 나가 계시라'고 한발 양보했지만, 아주머니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니, 남의 집을 이렇게···" 경비아저씨가 중재를 시도했다.
"남의 집이나 마나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내가 잠을 못 자서 14층 신경정신과 다녀. 못 나가요."
"그래도 남의 집을 이렇게 허락도 없이···"
"아휴, 됐어요, 아저씨. 참견하지 말고 가셔."
할 만큼 했다. 타이르고, 화도 내고, 타협까지 시도했다. 이제 남은 건 공권력뿐. 나는 112에 전화를 걸어 옆집 사람이 소음 문제로 집에 쳐들어와 나가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그 와중에도 아주머니는 도리어 자신이 피해자라며 경찰을 불러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듣다못한 아빠가 "나가세요. 나가서 계셔."라고 말하자, 그녀는 버튼이라도 달칵 눌린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왜 나가래, 왜 나가래요! 나 쳐도 못 나가! 나 죽어도 못 나가! 지금 2년 동안 정신과 다닌다니까. 나 쳐봐요, 나는 쳐도 못 나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가. 이 집 딸이 그때도 문 안 열어줬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뉴스에서 보던 층간 소음 살인 사건이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머니와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라 판단하고, 겉옷을 챙겨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사실상 쫓겨난 꼴이었다. 집 안에서는 고장 난 라디오에서 나오는 잡음처럼 두서없는 말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우리 사위가 사실은 OO대 의사예요."
"내가 칠뜨기야? 난 치매 환자도 아니야."
"그날도 이 집이 문을 안 열어줬는데 배달 음식이 도착하더라고. 그때 음식 쓱 했어도 됐는데 내가 참은 거야."
"이 집 딸 얼굴이 참 연하게 생겼잖아. 오늘은 부모님이 있어서 들어온 거야.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경찰관님, 제발 빨리 와주세요···.' 허둥지둥 나온 탓에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 맨발에 슬리퍼, 그 위에 롱패딩을 걸친 패션 테러리스트 차림으로 몸이 와들와들 떨려오던 찰나, 마침내 경찰관 두 분이 도착했다.
"신고하신 분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