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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선임은 필수?

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10

by 하은


변호사는 짧게 인사를 건넨 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날 내가 보낸 녹취록과 고소장 파일을 확인했다며, 먼저 상대방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짚어주었다.


"마음고생 많으시겠어요. 일단 상대측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뭐 종아리에 마비가 왔다느니, 멍이 들었다느니, 별의별 이야기를 다 써놨더라고요. 고소를 맡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의뢰인을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프다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을 겁니다."


증거로 제출한 진단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사건과 상해의 인과관계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약 우리가 폭행으로 몰린다고 해도 '위법성 조각 사유', 즉 정당행위를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변호사는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상대방이 먼저 주거침입으로 가정의 평온을 깨뜨렸고, 심지어 어머니를 밀쳤잖아요. 실질적인 피해자는 오히려 저희입니다. 방어 차원에서의 신체 접촉이라면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 부분을 명확히 진술하셔야 합니다."


이어서, 우리가 역으로 고소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저희 쪽에서는 주거침입과 폭행, 그리고 허위 고소에 대한 무고죄까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 분이 여러 번 찾아왔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스토킹 혐의까지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생각에 잠긴 듯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이윽고 조심스레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는 맞고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없어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하고 안 좋은 일은······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답답함이 밀려왔다.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상대방은 이미 우리 가족을 말도 안 되는 송사에 끌어들였다. 이토록 억울한 상황에서조차 여전히 선의를 잃지 않으려는 엄마의 태도는, 당시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순진함처럼 보였다.


내가 답답함에 말을 잇지 못하던 찰나,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사람 일은 좋게 좋게 해결되는 게 좋죠. 하지만 이미 피소가 된 이상, 좋은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그 부분이 안타까운 거고, 그래서 전면적으로 방어하셔야 하며 맞고소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갔다가는 그냥 당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참, 이 상황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라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이 상황이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걸 믿지 못하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담은 한 시간 남짓 이어졌다. 상담의 결론은 명확했다. 맞고소까지는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피의사건에 대한 조력은 반드시 받으라고 조언을 받았다. 일반 폭행이면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300만 원 주고 합의하면 끝날 수 있지만, 상해로 넘어가면 조력이 필수적이며, 특히 특수상해는 죄질이 나쁘므로 더더욱 그렇다는 설명이었다. 본인에게 의뢰하지 않더라도 꼭 조력을 받으시라는 당부와 함께, 상담은 마무리가 되었다.


상담을 끝낸 엄마와 나는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잠시 가벼워진 마음 위로 변호사 선임에 대한 고민이 무거운 짐처럼 쌓이며 뒤숭숭함을 안겨주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의 심경처럼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만 귀에 맴돌았다. 왠지 모를 침울함 속에서, 우리는 심란함은 잠시 접어두고 남은 상담도 잘 받아보자는 이야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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