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마-
몹시 심각해.
네 눈엔 이 엉아가 고통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 안 보이냐?
왜 빈손으로 왔어?
독한 놈은?
만 19.. 웃기시네.
그게 네 놈 입에서 나올 소리냐?
네 아버지가 제일 아끼는 양주를 쓱싹 해와선
진탕 마시고 학생주임이랑 한판 붙는다고 난리 치다가
수학 여행지를 유격 훈련장으로 만들어 놓은 자식이.
너랑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몰려서
세 달을 학생주임의 총애를 받았다고 내가!
기억 안 나??
가서 알코올 맛 비스무리한 탄산음료라도 사와.
도저히 맨 정신으론 잘 수가 없다.
스무 살 되기도 전에 오십 번 차인 남자는 세상에 나 밖에 없을 거야, 그치?
그것도 한 사람한테.
율이 누나 너무하지 않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던데 이 누나는 무슨..
철근으로 만들었나 봐.
스크래치도 안 나.
누나의 누.. 꺼내자마자 안 돼!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그러더니 뭐라는 줄 아냐.
내가 서울대 들어가면 생각해보겠단다.
이 누나 진-짜 잔인하지 않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를 봐줬으면서
나더러 서울대를 가라니
서울 근교에 있는 대학도 갈까 말까인데.
다음 생에 머리 바꿔서 태어나지 않는 한 어림도 없어.
이건 사랑의 힘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물론 죽어라 해서
최대한 서울 근처에 있는 학교로 갈 거야.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누나를 볼 수 있지.
내 머리가 좋아서 누나랑 같은 학교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후우-
오늘 하루 종일 이 엉아 맘에 비가 내린다.
서울대가 나를 덮치는 꿈을 꿀 것 같아.
그래도!
이왕 든 도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찍어볼 작정이야.
만 번 차인 남자로 기네스북에도 오르지 뭐.
그럼 쪽팔려서 누나가 받아주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