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사한 가치관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자 한다. 이 경향은 나이가 들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강화된다. 사자성어 '유유상종'이나 '초록동색', 그리고 속담 '가제는 개편'이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이는 학연, 지연, 혈연 등과 같은 한국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와 유사한 개념이다. 사회학적으로 이 현상은 "호모필리(Homophily)"라고 불린다.
최근에 '브랜드 호모필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두드러진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애플과 같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닌 브랜드에 대한 충성과 애착이 높을 경우, 해당 브랜드와 소비자들 서로의 뇌 활동의 동기화(synchrony)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회적-감정적인 social 뇌 네트워크와 default mode 네트워크와 관련된 뇌 영역에서의 활성화 동기화가 관찰될 수 있다.
"Korean Homophily"는 서로 유사한 가치와 문화를 가진 한국인을 지칭한다. 한국인은 '나'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에 더 익숙하며, 이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다. 누군가 ‘저희’ 나라라고 한다면 큰일난다.
한국은 한 언어만을 사용하는 나라이고,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특성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IMF 경제위기 등에서 이러한 호모필리가 더욱 강조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MRI 스캐너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면 한국인의 뇌에서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보다 사회적-감정적 영역에서 동기화된 활성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Korean Neural Homophily"라고 명명할 수 있다.
그러나 호모필리의 존재는 다양성 부족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 부족은 단순히 지역이나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생각과 가치관에까지 이르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뇌의 반응까지도 유사하게 나타나, 다양한 의견이나 접근 방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일당제 체계에서는 이러한 호모필리가 높아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한 사람이 결혼 반지를 팔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광우병 사태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사람들이 성숙한 직접 민주주의를 표출을 한다고 생각하든 아니든, 결국은 대다수가 촛불을 들고 나왔다.
투자 분야에서도 유사한 현상, 즉 'Herding' 행동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투자하면 가격의 버블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가상 화폐 시장에서도 관측되었다. 그것이 가치가 있는 투자이든 아니든, 미국의 게임스톱 주식처럼 10만 전자를 외치며 같이 투자했다.
나는 호모필리의 단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은 높은 인구 밀도와 단일 민족 문화, 그리고 역사적,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호모필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창 시절부터 나를 불편하게 하는 한 가지 말이 있다: "내가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말은 한국과 외국 사이에 근본적인 대립을 암시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물론 동과 서는 너무 다르긴 하다). 한국은 무슨 무인도인가, 다른 행성인가, 뭐가 그렇게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일까. 실제로는 한국이 미국의 작은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우리만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보수적인 가치관, 회사 내 사내 문화, 경쟁 사회, 학벌 중심 사회 구조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사한 특징을 보임에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는 '가장 우리의 것이 가장 아름답다' 등의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예를 들어 장유유서에 기반한 형, 동생, 누나, 언니 등의 호칭, 자동적으로 바로 알아야 하는 사회적 센스, 즉 눈치가 능력인 사회적 규범, 그리고 나이대별 '해야 할 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때문이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거나, 외국인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참 버겁고 힘들게 한다. 외국인이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형이라는 호칭을 배우며 산낙지를 먹는 문화가 가장 우리의 것인가?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만약 호모필리를 극복하지 않고 다양성을 뒷전으로 한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게 싫다면 통일이 돼야 한다(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해결책이 있다면 위기가 아니다, 무인도에서 탈출하거나 생존해야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회 상황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수용하기 어렵다. 또한, 출산율이 극도로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화적, 인종적, 사회적 다양성을 뒷전으로 하고 계속 '우리만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앞으로의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미래의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중국같은 나라가 아니다. 15억명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