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아닌 다름도 아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내 브런치 글 반이상은 나의 병원생활과 또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공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심장 수술을 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등산을 해봤다. 그때 나이는 20대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전까지 난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고 평범과 나약함이 존재하는 사이였다. 심장으로 인해 지레 겁을 먹거나 어떠한 행위를 할 때 ‘못할 거야’를 나 자신에게 편견이라는 프레임을 씌웠기 때문이다.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행위들이 많았기에 난 얼마나 나약한 존재였던 것인가?
내 안의 편견이라는 감옥 안에서 평생 무기징역으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가석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 첫 번째 기회를 잡은 것은 바로 등산!!
친구가 미국으로 가기 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고민 끝에 등산을 선택했다. 종종 여행은 자주 다녔기에 더 특별한 무언가가 추억이라는 안주거리가 필요했다.
초중고를 다니며 늘 체육시간이 싫었다. 친구들과 함께 체육 하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내가 아프다는 걸 아시는 체육 선생님들은 나무 그늘에 나를 앉혀놓고 아이들이 체육 하는 모습만 바라보게 하셨다. 그 당시 용기 있게 ‘저도 체육 하고 싶어요.’ 말이라도 꺼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었던 환경이라고 애써 위로한다. 반면 친구들은 날 보며 시기와 질투를 했다. 본인들도 체육시간에 쉬고 싶은 마음들 하나씩 다 갖고 있었는데 누군되고 누군 안된다고 하니 뿔이 날수 밖에.. 그런 일을 겪고 지나다 보니 더 소심하고 나 자신을 더 옳아맸다.
속리산 국립공원 문장대(1,054m)를 오르다.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문장대.
문장대 코스는 다양했다. 짧은 코스, 어려운 코스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동시에 짧은 코스로 선택했다.
평균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그 시간만 믿고 경상북도 화북 코스로 출발.
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등산이라 그런지 도착하기 전부터 벌써 정상에 도달한 것처럼 힘이 났다. 등산복은 입지 않아도 등산화는 신어야 한다는 말에 부랴부랴 등산화를 사놓고 적응하기 위해 등산화를 며칠 정도 신고 다녔다. 다행히 문장대 갈 때는 등산화랑 발이 편해져서 등산하기엔 불편하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준비운동을 가볍게 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한걸음 내딛고 1분 쉬고 한 걸음 내딛고 또 1분을 쉬어야 발을 내딜수가 있었다. 이렇게 간다면 오늘 안으로 정상은커녕 절반도 못 가서 다시 하산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힘들었던 걸음걸음이 성큼성큼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몸이 어느 정도 풀렸다 생각하고 그때부터 박차를 가했다. 쉬는 시간도 짧게 잡아보고 한 걸음이 아닌 열 걸음 정도 걷고 쉬자는 마음으로 오기로 산을 오른 거 같다. 어쩌면 난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천천히 올라가 보자며 정상을 생각하며 일단 버티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지막 계단을 오르며 숨 가쁘게 올라왔다. 정상에 도달했는 줄 알았는데 중요한 철계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철계단 입구까지 나의 첫 등반 기록은 3시간 40분.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나에겐 엄청 중요한 기록이다. 하하하하하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나와 친구들은 마냥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비록 힘든 시간였지만 내가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게 도와준 간호사 친구가 옆에 있었기에 불가능이 가능으로 되는 마법 같은 현실을 맛보게 되며 또 다른 한 명은 체력을 도맡아 내가 뒤처져 있을 때 앞에서 뒤에서 이끌어 준 고마운 친구다. 아마 친구들이 없었다면 첫 등산은 아마 늦게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굳이 올라갔다 내려올 건데 왜 힘들게 올라갈까?’ 이런 생각으로 등산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했지만 정상에 도착한 순간 왜 사람들은 등산을 좋아하고 등산의 매력에 빠졌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 그 짜릿함과 성취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정상에 오른 자만 볼 수 있다는 그 특권.
바로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높은 고층빌딩 사이로 우리는 늘 치열하게 때로는 경쟁하며 살고 있다. 등산을 하기 전엔 산과 나무는 그저 평범한 풍경처럼 보였지만 막상 산을 오르며 정상을 향해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 일상은 한없이 작고 좁은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세상과 마주했을 때 감옥 같았던 편견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고 남들과 다를 줄 알았던 일상이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기쁜 마음 보단 반성의 시간이 더 많았다. 결코 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나의 심장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나만 알지 못했던 건 아닌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심장이 약하다고 해서 결코 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 시간을 더 늦췄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번 인생을 배우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