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지??
가끔 김밥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엄마표 김밥은 더더욱 그러하다.
김밥은 결혼하고 처음 만들어봤다.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마는 과정을 지켜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어려운 걸 김밥집에서는 어떻게 만들까?? 진심 김밥집 하시는 분들은 대단하시다.
"계란과 양배추당근라페의 김밥"
김밥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되는 것은 재료 선택이 어떤 거에 따라 제각기 맛을 낼 수 있고 또한 맛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밥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내가 넣고 싶은 재료들 그리고 예쁘게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면서 따로 레시피의 정답이 없다. 이거야 말로 김밥은 완벽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남편이 좋아하는 흑미밥과 집에 있는 달걀과 양배추당근라페로 김밥의 속을 채워봤다. 햄, 단무지, 맛살 등 넣고 싶은 재료가 많지만 있는 재료들로도 충분했다.
김밥용 김도 아니었다. 조미가 되지 않는 일반김을 가지고 만들어서 흐물흐물한 김을 그냥 먹기엔 왠지 질기거 같아 보여 프라이팬에다가 참기를 조금 두르고 약불에다가 김밥을 굴렸더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나니 썩 괜찮았다. 참기름으로 코팅한 김밥의 열기를 조금 식히고 자르기 시작했다. 속 안은 재료들이 너무 없어 초라해 보이고 볼품없었지만 맛은 합격였다. 은근 달걀과 양배추당근라페 조합이 참기름향과 어울리면서 입안 가득 춤추게 만들어준 김밥이다.
밥양과 재료의 양으로 김밥을 말고 나니 6줄이 나왔다. 6줄을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던 나의 마음과 달리 금세 다 먹어버린 6줄의 김밥. 나름 다이어트 김밥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먹는 건 전혀 아니다 보니 이번에도 다이어트 실패인가? 하지만 만족한다. 왜냐면 김밥은 내가 어떻게 말아도 늘 맛을 품위 있게 만들어준다.
아무리 재료들이 초라해도 말이다.
집 근처에 야채가게가 있다. 중간마진이 없는 건지 과일이며 야채들을 싸게 팔고 있는 집이다. 소식을 듣고 얼마 전에 가게 앞을 마침 지나가는 일이 있어 잠시 들려볼까 하고 매장을 방문했다.
'우와~~~~~~'
내가 놀란 이유는 과일 야채들을 보고 놀란 게 아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이다. 바로 앞에 마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서로 장을 보기에 바빴다.
우선 가게 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어떤 것들이 있나 하나씩 체크해 보았다. 정말 웬만한 건 다 있었다.
'충동구매는 안돼' 둘러보다 내 눈에 들어온 아보카도. 한 개당 2천 원이라고 한다. 얼마 전 마트 가보니 아보카도가 두 개 묶어놓고 8천 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내려놓은 기억이 있었는데 아보카도 2개를 잘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또 오이가 눈에 들어왔다. 3묶음에 3,500원. 딸기도 작은 팩에 5천 원이라고 하니 마트보다는 가격이 순했다. 요즘 과일 야채 가격들이 공격적이지 않아서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가게로 몰리는 것 같다. 가격이 저렴하면 상품도 안 좋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상품들이 모두 다 좋았다. 요즘 사과도 금사과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바구니에 10개 정도 담겨 있는 사과가 만원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는 걸 보고 납득이 되었다. 저녁에 고기를 먹을 예정였으면 상추와 버섯도 샀을 텐데 장을 보는 습관이 그날 먹을 것만 사는 스타일이라 가격이 아무리 싸도 쟁여두지는 않는다. 나름 착한 소비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명란젓이 떠올랐다. 전에 오이와 버터명란구이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 순간 요리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야채가게 근처에 다행히 반찬가게가 있어서 명란젓을 사 갖고 집으로 돌아와 그날 저녁 버터에 명란젓을 굽고 오이와 아보카도 그리고 마요네즈까지 준비해서 근사한 이자카야 분위기를 내면서 저녁을 먹었다. 버터구이를 하고 남은 명란젓으로 또 어떤 요리를 할까,, 온통 머릿속에 요리로 가득하다.
위에서 말한 과일 야채가게를 다음날 뭔가 홀리듯 퇴근하고 도착한 곳이 가게였다. 정말 변한 내 모습이 웃기다. 역시나 문전성시이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주부님들이 가득한 가게 안, 나도 기웃거리며 오늘 물건은 뭐가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망고가 눈에 들어왔다. 망고 3개 만원이다. 물론 사야 된다. 내 머릿속 가득한 레시피북이 망고를 보는 순간 망고 페이지를 넘겨준다. 그리고 그 옆에 딸기가 반갑게 인사해 준다. 1kg 9천 원, 500g 세 팩에 1만 2천 원, 한팩에 5천 원 하는 딸기 상태들이 모두 좋았다. 나름 킹스베리 딸기라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이 귀여우시다. 딱 봐도 킹스베리 아닌데 ㅎㅎ 나도 딸기 하나를 픽하고 과소비하지 않고, 착한 소비하며 나름 뿌듯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유청분리기 하나를 샀다. 묽은 요거트는 좋아하지 않는데 꾸덕한 요거트를 좋아한다. 참 취향도 이상하지만 개인의 취향이다 보니 내 입맛을 존중한다. 근데 시중에 꾸덕한 요거트가 팔지 않아서 팔아도 아쉽게도 우리 동네 마트나 제과점에는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구매까지 하면서 먹고 싶은 건 딱히 아니지만 또 가끔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먹자 하는 마음으로 유청분리기를 구매했다. 시중에 파는 요거트를 붓고 오랜 시간 기다리다 보면 꾸덕한 요거트가 된다는 말에 3일 정도를 기다렸다. 딱, 내가 원하는 대로 꾸덕하게 나왔다. 망고와 딸기를 사 왔으니 또 먹어봐야 그 맛을 알아가고 배우기에 망고를 손질하고 딸기를 씻어서 요거트 위에다가 대충대충 올려놓고 먹었다.
'우와~~' 여기서 감탄사는 맛있어서 나오는 소리이다. 야무지게 다 먹고 저녁에 밥을 또 먹은 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나의 위 상태이다.
조금씩 해내고 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나의 밥상을 차리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나는 꿋꿋하게 해내고 있다. 요리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칼질하며 맛을 내며 모든 재료들이 나와 함께 장단 맞춰 나아가고 있으니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만의 맛과 향을 내주고 재료가 가미되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주니깐 요리 초보인 나에겐 재료들이 참 고마운 존재이다. 요리를 하며 맛을 보며 거기에 담길 그릇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요리는 매 순간 즐겁고,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