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 효과(Novelty Effect)
어느 날, 당신의 가게를 찾아온 수상한 컨설턴트 작가 J
(MZ세대 독자들의 심장을 저격하는 웹소설 작가. 그러나 그의 진짜 정체는, 망해가는 가게에 숨을 불어넣는 미스터리한 해결사.)
사장님들, 안녕하세요. J입니다.웹소설 속 주인공들이 온갖 역경을 헤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처럼, 저도 사장님들의 가게가 ‘대박’이라는 엔딩을 맞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요즘 사장님들 만나보면 다들 비슷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어요. 이름하여 ‘핫플병(病)’.
초기 증상: 옆 가게가 줄 서는 걸 보며 ‘나는 왜 안 되지?’ 불안해한다. 인스타에 ‘#OO맛집’을 검색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중기 증상: 우리 가게만의 색깔은 뭔지 생각도 안 하고, 일단 ‘로제’, ‘마라’, ‘노출 콘크리트’ 같은 유행 아이템을 장착한다.
말기 증상: 단골은 떠나고, 신규 손님은 잠깐 왔다 사라진다. 텅 빈 가게를 보며 ‘대체 뭐가 문제일까?’ 현타를 맞는다.
이 ‘새로움’이라는 검, 휘두를 땐 짜릿하지만 잘못하면 내 손을 베는 법. 여기, 그 검에 호되게 당한 두 사장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
성수동의 뒷골목, 한 달 간격으로 간판이 바뀌는 가게가 있었다. ‘민준’의 가게였다. 내가 찾아간 날, 가게 이름은 ‘힙스터의 식탁’이었다. 문제는… 힙스터는 없고 파리만 날린다는 거였다.
가게 내부는 정체성의 무덤이었다. 한쪽 벽은 감성 카페라며 하얗게 칠했다가, 다른 쪽은 노포 감성이라며 시멘트를 노출시켰다. 테이블은 우드톤인데, 의자는 인더스트리얼 철제 의자. 그야말로 ‘아수라발발타’ 그 자체.
“J작가님, 맞으시죠?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마라가 유행일 땐 마라 파스타, 로제가 유행일 땐 로제 떡볶이까지 팔았어요. 얼마 전엔 탕후루 파스타도 개발했었는데…”
민준의 눈은 퀭했다. 나는 그의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메뉴 가짓수만 30개가 넘었다. 나는 한숨과 함께 메뉴판을 덮었다.
나: “사장님. 손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제는 진지한 클래식 애호가였다가, 오늘은 아이돌 춤을 추고, 내일은 절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민준: “음… 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겠죠? 진짜 모습이 뭔지 헷갈릴 것 같아요.”
나: “바로 그거예요. 지금 이 가게가 그 ‘이상한 놈’이에요. 손님들은 ‘그래서 이 집은 도대체 뭘 잘하는 집인데?’ 갸우뚱하다가 그냥 나가버리는 거죠. 단골이 생길 틈이 없어요. 컨셉만 좇는 유령 식당이라고요.”민준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새로운 걸 덮어씌우기 전에, 질문 하나만 하죠. 사장님이 처음 이 가게를 열었을 때, 손님들에게 진짜 해주고 싶었던 음식은 뭐였어요?”
그 질문에, 민준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망원동의 작은 한식 주점 ‘수연이네’였다. 이곳은 말기 증상, 그중에서도 가장 아픈 ‘단골의 배신’을 겪고 있었다.
“J작가님… 저 진짜 모르겠어요. 더 좋은 재료 쓰고, 인테리어도 요즘 스타일로 싹 바꿨는데… 10년 넘게 오시던 분들이 발길을 뚝 끊었어요.”
수연 사장님은 울먹였다. 가게는 번쩍이는 새 그릇과 깔끔한 조명으로 단장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나는 가게의 옛날 사진과 바뀐 메뉴판을 번갈아 보았다.
나: “사장님, 혹시 ‘엄마손 김치찜’ 메뉴… 없애셨네요?”
수연: “아… 그거요. 너무 오래된 메뉴 같아서요. 컨설팅을 받았더니,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이베리코 항정살 구이’ 같은 걸로 바꾸라고 해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이 가게의 리뷰를 검색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일주일 전, 별점 1점과 함께 장문의 리뷰가 달려 있었다.
[제목: 제 10년의 추억을 버리셨네요.]
야근하고 지친 날, 여기서 김치찜에 소주 한잔하면 세상 시름이 다 녹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되던 날,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와서 처음 외식했던 메뉴도 김치찜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렌디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 추억을 없애버리시더군요. 사장님께 저희는 그냥 돈 내는 손님이었나 봅니다. 이제 다시는 갈 일 없을 겁니다.
수연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나: “사장님, 단골에게 그 김치찜은 그냥 음식이 아니었던 거예요. 누군가의 위로였고, 삶의 한 조각이었죠. 그걸 ‘오래됐다’는 이유로 버리는 순간, 손님은 ‘내 추억이 부정당했다’고 느끼는 겁니다. 이건 단순한 메뉴 변경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 선언이에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비싼 자산. ‘단골의 신뢰’가 공중으로 증발해버린 순간이었다.
며칠 후, 나는 민준과 수연을 함께 만났다. 그들은 완전히 길을 잃은 표정이었다.
나: “두 분 다 ‘새로움’이라는 검을 잘못 휘두른 겁니다. 이제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이름하여 ‘닻과 돛 전략’.”
나는 냅킨에 배 한 척을 그렸다.
나: “‘닻(Anchor)’은 우리 가게의 심장이에요. 정체성, 철학,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죠.”
나는 민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민준 사장님, 아까 못 했던 대답. 처음 손님에게 해주고 싶었던 진짜 음식이 뭐였죠?”
“…저희 할머니가 토마토 농사를 지으셨어요. 그 토마토로 만든 파스타 소스가… 제 인생 첫 요리였어요. 그걸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나: “그게 사장님의 ‘닻’이에요.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진짜 토마토 파스타’. 다른 거 다 없애도 돼요. 그 닻을 가장 자신 있는 메뉴로 깊게 내리는 겁니다.”
나는 수연을 바라봤다.
나: “수연 사장님의 ‘닻’은 말할 것도 없죠. ‘10년 단골들의 추억이 담긴 김치찜’. 그건 가게의 역사 그 자체예요.”
나는 그림 속 배에 돛을 그려 넣었다.
나: “자, 닻을 굳건히 내렸다면, 이제 ‘돛(Sail)’을 올리는 겁니다. 돛은 변치 않는 가치를 더 빛나게 해 줄 ‘통제된 새로움’이에요. 리스크가 적은 실험이죠.”
나는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민준의 파스타집:
닻: 할머니표 오리지널 토마토 파스타.
돛: ① ‘이달의 파스타’로 제철 재료를 쓴 실험적인 메뉴 딱 하나만 운영하기. ② 젊은 도예가와 협업해서 한 시즌 동안 특별한 파스타 그릇에 담아내기. ③ 할머니의 레시피 스토리를 SNS에 진솔하게 연재하기.
수연이네 한식 주점:
닻: 엄마손 김치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돌아왔습니다’라고 써 붙일 것)
돛: ① 전통주 페어링 세트 개발. ②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작은 국악 버스킹 공연 열기. ③ 명절에 김치찜 밀키트 선물세트 판매.
닻(핵심)은 지키되, 돛(변화)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것. 그것이 단골과 신규 고객을 모두 사로잡는 유일한 항해술이었다.
얼마 후, 나는 ‘민준의 토마토’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가게를 다시 찾았다. 진한 토마토소스 향기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손님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수연이네 주점에서는 다시 김치찜이 끓고 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선 젊은 커플이 막걸리 칵테일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사장님들.
‘새로움’은 목적지가 아닙니다.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바람만 좇아 표류하지 마세요. 당신의 가게를 그 자리에 있게 하는 단단한 ‘닻’을 먼저 찾으세요.
위대한 항해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 J 올림.
쿨리지 효과의 핵심 원리는 '새로움(Novelty)'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여 강한 동기 부여와 흥미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성적 파트너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생활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새로운 레스토랑에 대한 흥미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학자들은 쿨리지 효과를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에 적용할 때 '새로움 효과(Novelty Effect)'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보상과 동기 부여를 관장하는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레스토랑에 끌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