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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맛집은 왜 '1층'에 없을까?

스마트폰이 바꾼 '목 좋은 곳'의 새로운 기준

by 잇쭌

"자고로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


창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을 성서처럼 여겼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목'이란 의심할 여지 없이 '길거리 1층 코너'를 의미했죠. 반짝이는 통유리창 너머로 손님들이 북적이는 모습. 그건 모든 사장님의 로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줄 서서 기다리는 '진짜 맛집'들은 어디에 있나요?


간판도 제대로 없는 낡은 건물 3층.


공장인지 카페인지 헷갈리는 성수동 2층.


엘리베이터도 없는 을지로의 좁은 계단 끝.


혹은, 압도적인 야경을 보여주는 40층 스카이라운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지나가다 들르는' 가게가 아니라, '굳이 찾아가는' 가게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목'이라고 부르던 그 '1층'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1층'은 이제 손안에 있습니다


과거의 고객은 '길거리'에서 가게를 탐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고객은 '소파'에 앉아 탐색을 시작합니다. 우리 손안의 6인치짜리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1. 새로운 1층: 인스타그램, 네이버 지도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저녁 약속 장소를 정하는 과정을 말입니다. 거리를 배회하며 간판을 훑지 않습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성수동맛집'을 검색하고, 네이버 지도에 저장해 둔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확인합니다.

이제 고객에게 우리 가게를 노출하는 '진짜 1층'은 물리적인 길거리가 아니라, 그들의 스마트폰 첫 화면입니다. 5층에 숨어있지만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1,000개인 가게와, 1층에 있지만 네이버 리뷰가 10개인 가게. 과연 어디가 더 '목이 좋은' 곳일까요?


2. 새로운 간판: 배달 앱


배달의 시대는 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배달 앱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은 물리적 위치의 의미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가게가 '몇 층'에 있느냐가 아니라, 배달 앱 '첫 화면'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느냐입니다.


이 현상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공유주방'입니다. 간판도, 홀도 없는 그들은 물리적 가시성을 '0'으로 만드는 대신, 앱 내 '디지털 가시성'에 모든 자원을 집중합니다.



1층의 비싼 월세,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물론 1층은 여전히 비쌉니다. 그 '목 좋은' 자리는 엄청난 임대료를 요구하죠. 하지만 똑똑한 사장님들은 이 공식을 뒤집기 시작했습니다.


"1층의 비싼 임대료를 내는 대신, 그 돈으로 고객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물하자."


이것이 '숨어있는 맛집'들의 핵심 전략입니다.


1층 가게 사장님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원가를 아끼거나, 테이블을 빽빽하게 놓아 회전율을 높이려 할 때, 2층과 3층의 사장님들은 아낀 임대료로 다른 곳에 투자합니다.


1. 고객의 '입'에 투자합니다.


아낀 월세 500만 원은 고스란히 고객의 접시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더 좋은 품질의 식재료, 더 풍성한 양, 더 정교한 플레이팅. "1층의 그저 그런 파스타보다 2천 원 비싸지만, 여긴 1++ 한우를 쓰네?" 고객은 이 '가치'를 위해 기꺼이 계단을 오릅니다.


2. 고객의 '눈'에 투자합니다.


1층 15평과 같은 임대료로, 2층에서는 30평의 쾌적한 공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1층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시티 뷰'나 '오션 뷰'를 통창으로 선물할 수도 있죠. 더 안락한 의자, 더 감각적인 인테리어, 테이블 간의 넓은 간격. 이 모든 '공간 경험'이 고객을 2층으로 이끕니다.


3. 고객의 '발견'에 투자합니다.


물론, 2층에 있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낀 '물리적 임대료'의 일부를 '디지털 임대료'로 지불합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 인스타그램 스폰서드 광고, 매력적인 콘텐츠 제작. 즉, 고객의 '손안의 1층'을 선점하는 데 투자하는 것입니다.



'보이는' 곳에서 '경험하는' 곳으로


물론, 편의점이나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처럼 '편의성'과 '속도'가 생명인 업종에게 1층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컨셉'과 '경험'을 파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에게, 1층은 더 이상 유일한 정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싼 임대료에 묶여 정작 중요한 '경험'을 포기하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1층'이라는 낡은 신화는 저물고 있습니다.


진짜 '목 좋은 곳'이란, 고객의 눈에 '잘 보이는(Visibility)' 곳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에 '경험(Experience)'을 남기는 곳입니다.


혹시 창업을 준비 중이신가요?


1층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버티는 대신, 그 돈으로 당신의 고객에게 어떤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당신의 성공은, 그 '1층'을 포기할 용기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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