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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햇빛을 포기할 용기

'가장 불리한' B1,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다: 지하 공간의 재발견

by 잇쭌

'지하'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볕이 들지 않는, 조금은 축축하고 어두운 공간. 성공한 가게의 반짝이는 1층 통유리와는 거리가 먼, 어쩔 수 없이 밀려난 'B급'의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릅니다.


많은 창업자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거의 종교에 가까운 '1층 신앙'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래도 장사는 1층에서 해야죠." 이 한마디에 모든 논리가 봉쇄됩니다. 그들은 기꺼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1층의 비싼 월세, 즉 '햇빛 값'으로 지불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이 낡은 편견이 얼마나 큰 기회를 앗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공의 무기'가, 모두가 외면하는 그 '지하'에 있을지 모릅니다.


최근 당신의 감탄을 자아냈던 '발견의 기쁨'을 준 공간을 떠올려보세요. 꽁꽁 숨어있어 "이런 곳에?" 싶었던 아지트 같은 와인 바, 음악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던 재즈 클럽, 혹은 압도적인 인테리어로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줬던 레스토랑. 그중 상당수가 지하에 있지 않았나요?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지하'는 더 이상 타협이나 실패의 상징이 아닙니다. 똑똑한 기획자들에게 지하는 1층이 절대 줄 수 없는 강력한 이점들을 제공하는 '전략적 선택지'입니다.



1. 비용의 절감? 아니, '경험'에의 투자


가장 명백한 사실부터 짚어보죠. 지하는 임대료가 저렴합니다. 1층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의 비용은 단순히 '돈을 아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1층 임대인에게 바치던 '햇빛세'를 면제받고, 그 거대한 자본을 고스란히 '고객 경험'에 재투자할 수 있는 '총알'을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1층 사장님이 1,000만 원의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의자를 불편하게 붙여 회전율을 높여야 할 때, 지하 사장님은 아낀 500만 원으로 더 좋은 식재료를 쓰고, 더 편안한 의자를 놓으며, 더 감각적인 조명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결국 '가치'를 지불합니다. 1층의 번듯함에 잠시 혹할 순 있어도, 결국에는 '압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어 있습니다. 지하는 이 '가치 전쟁'에서 출발선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 줍니다.



2. 공간의 한계? 아니, '규모'라는 자유


1층은 대부분 도로와 벽에 갇혀있습니다. 넓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지하는 종종 우리에게 '규모의 자유'를 선물합니다. 기둥을 제외하면 거대한 '단일 공간(Open-Plan)'을 확보하기 용이하고, 때로는 1층보다 훨씬 높은 '층고'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 '규모'는 1층이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컨셉을 가능하게 합니다.


애슐리퀸즈나 빕스 같은 대형 뷔페 레스토랑이 왜 유독 지하 1층이나 고층부에 자리 잡을까요? 수백 평의 공간에 100가지가 넘는 메뉴를 펼쳐놓으려면 1층의 임대료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일본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데파치카(デパ地下, 지하 식품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왜 가장 집객력이 강한 식품관을 지하에 두었을까요? 그것이 가장 '넓은 면적'에 온갖 디저트와 델리를 '백과사전'처럼 펼쳐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지하는 우리에게 '가게'가 아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할 자유를 줍니다.



3. 어둠의 단점? 아니, '분위기'를 지배하는 힘


"지하는 어둡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외부의 빛이 완벽히 차단된다"는 뜻이며, '조명'에 대한 100%의 통제권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1층의 가게는 '태양의 노예'입니다. 낮에는 눈부신 햇빛이, 밤에는 번잡한 네온사인이 가게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지하는 다릅니다. 지하 공간의 주인은 '조명 감독'이 됩니다. 한낮에도 완벽하게 로맨틱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내가 의도한 단 하나의 '무드'만이 공간을 지배합니다.


포시즌스 호텔의 '찰스 H.'나 수많은 '스피크이지 바'들이 왜 화려한 1층 로비가 아닌 지하에 숨어있을까요?


그들에게 '어둠'과 '은밀함'은 감춰야 할 약점이 아니라, 고객에게 파는 '상품' 그 자체입니다.


이 '비밀스러운 아지트' 컨셉은 햇빛이 쨍쨍한 1층에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지하만의 독점적 가치입니다.



4. 소음의 문제? 아니, '몰입'과 '자유'라는 축복


지하는 '소리'에 있어서도 양방향의 축복을 줍니다.


첫째, 외부 소음으로부터의 '완벽한 단절'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마치 '세상의 소음 차단 버튼'처럼 작동합니다. 자동차 경적과 행인들의 소음이 사라진 공간. 이것은 고객에게 '다른 세계로 들어왔다'는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조용한 대화가 필요한 와인 바나 프라이빗 다이닝에게 이 '고요함'은 1층의 '가시성'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둘째, 내부 소음으로부터의 '완벽한 자유'입니다.


반대로, 우리 가게가 '소음'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면 어떨까요? 라이브 재즈 클럽, 연기와 환호성이 가득한 고깃집, 음악을 크게 트는 펍(Pub)은 1층이나 2층에선 늘 '민원'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지하는 우리의 소음을 '땅'으로 흡수시킵니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를 탄생시킨 리버풀의 '캐번 클럽(The Cavern Club)'도 1층의 화려한 무대가 아닌 지하 창고였습니다. 그 '방음'과 '자유로움'이 로큰롤이라는 새로운 함성을 마음껏 내지를 수 있게 한 '자궁'이었습니다.



햇빛이 아닌 '컨셉'을 좇는 용기


물론,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즐기는 브런치"가 당신의 컨셉이라면 지하는 최악의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무기가 '압도적인 공간감', '완벽하게 통제된 분위기', '세상과 단절된 몰입감', 혹은 '자유로운 에너지'라면, 지하는 '타협'이 아니라 '최적의 전략'입니다.


1층의 비싼 햇빛 값에 당신의 소중한 자본을 태우며 매일 버티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족쇄를 풀고 지하로 내려와, 아낀 자본으로 당신의 컨셉을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 만들어 고객을 열광시키시겠습니까?


진정한 크리에이터는 햇빛이 아닌 '컨셉'을 좇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가장 강력한 컨셉이 가장 깊은 '지하'에서 나옵니다.






골목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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