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30일

〈줄 서지만 망하는 가게〉시즌 1-9화

by 잇쭌


“통장 잔액이… 1,742만 원입니다.”


김도윤의 목소리는 마른 종이처럼 얇았다.


임대료 820만 원.
인건비 1,150만 원.
식자재 외상 대금 600만 원.


윤태진은 계산기를 누르지 않았다.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은요?”


“한 달… 길어야 40일.”


가게 안이 이상하게 넓어 보였다.
같은 24석인데,
텅 빈 느낌이 났다.


BETA가 숫자를 띄웠다.


[현금 소진 속도: 월 1,230만 원]
[고정비 대비 평균 순이익: -480만 원]
[생존 가능 기간: 29일]


윤태진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이제는 매출이 아니라 현금입니다.”


사장은 힘없이 웃었다.


“지금까지 매출 이야기만 했는데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현금은 심장이다.


이익은 손익계산서에 찍히지만,
현금은 통장에서 숨을 쉰다.


이익이 나도 현금이 없으면 쓰러진다.
이익이 없어도 현금이 있으면 버틴다.


지금은 버텨야 하는 구간이었다.


윤태진은 화이트보드에 세 단어를 썼다.


1. 고정비 축소2. 즉시 현금화3. 손실 차단

“낭만은 접어두세요.”


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첫 번째. 고정비.


“인력 스케줄을 줄이세요.
피크 집중 운영으로 재편합니다.”


“직원들 월급이…”


“가게가 닫히면 전부 사라집니다.”


잔인했지만 사실이었다.


두 번째. 즉시 현금화.


“선결제 상품권을 발행하세요.”


“지금 상황에서요?”


“오히려 지금이니까.”


단골 50명에게 10만 원권 8만 5천 원 판매.
선결제 4,250만 원 확보 가능.


“이건 빚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숨을 쉬어야 합니다.”


세 번째. 손실 차단.


“화요일 저녁, 문 닫으세요.”


“적자 시간대를 없애라는 겁니까?”


“피 흘리는 구간을 봉합하는 겁니다.”


가게는 더 이상 성장 전략을 논할 단계가 아니었다.
생존 전략이었다.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너무 늦었죠?”


윤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늦었다는 건 망한 다음에 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아직 남아 있었다.
29일이라는 시간.


그날 밤, 직원 회의가 열렸다.


근무 시간 조정.
메뉴 간소화.
세트 중심 판매 전환.


민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솔직히 좀 무서워요.”


사장은 잠시 멈췄다.


“나도 무섭다.”


처음으로 솔직한 말이었다.


가게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다음 날,
‘30일 리빌딩 세트’가 출시됐다.


고마진 메뉴 중심 구성.
한정 수량.
선결제 고객 우선 예약.


놀랍게도 반응이 왔다.


“사장님, 응원합니다.”
단골 메시지가 도착했다.


숫자는 아직 작았다.
하지만 흐름은 달라지고 있었다.


BETA가 조용히 업데이트했다.


[현금 유입 발생]
[손실 구간 축소]
[생존 가능 기간: 63일로 연장]


윤태진은 화면을 닫았다.


“아직 안전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장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매출을 쫓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있었다.


BXD 로그 9일차


1. 현금 위기 구간 진입2. 고정비 축소 실행

3. 선결제 전략 가동4. 손실 시간대 차단5. 생존 모드 전환

BETA가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현금은 시간이다.
시간이 생기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가게 불이 꺼졌다.


윤태진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망하는 가게는 매출이 떨어져서 죽지 않습니다.”


사장은 조용히 물었다.


“그럼요?”


“시간이 떨어져서 죽습니다.”


이제 남은 건
30일이 아니라
다시 벌어들인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마지막 판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9화 경영 인사이트


마지막 30일


1. 현금흐름은 생존의 심장이다

2. 이익보다 먼저 현금이다

3. 손익분기점은 희망이 아니라 경고선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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