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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익준 Feb 06. 2021

빛으로 빚는 공간경험

같은 공간이라도 빛을 어떻게 디자인했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공간으로 경험되고 기억된다. 빛은 우주의 모든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빛 속에서 생존해 왔다.  때문에 빛의 양과 질, 밝고 어두운 정도의 차이에 따라 우리의 지각과 감정에 미묘한 차이가 생겨난다. 햇빛은 시간의 변화, 계절, 기후 같은 자연조건을 만들어 내며 계속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햇빛은 우리가 사는 공간 속에 다양한 명암과 색조, 음영과 깊이, 경계와 윤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은 빛이 있어야만 사물의 모양과 특징을 지각할 수 있고 공간을 인식할 수 있다. 아름다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빛은 인간이 형태와 공간을 인식하는 원천이자 공간 속에서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만들어 내는 필수적인 요소다. 빛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특별한 이미지와 상징, 브랜드 콘셉트 같은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간에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 넣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빛으로 공간의 조형미를 살리면 독특한 공간경험이 빚어진다.


빛으로 인한 공간경험은 빛으로 공간의 조형적 특징이 부각되면서 생겨난다. 공간을 전반적으로 비추는 고른 빛과 유리 같은 투명한 벽이나 칸막이로 인해 건너편이 잘 들여다보이는 인테리어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사물을 잘 지각할 수 있다. 이렇게 투명한 인테리어와 고른 빛은 공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공간을 활기차고 사교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활기차고 사교적인 공간경험은 빛으로 공간의 투명도를 조절하는데서 시작된다.


빛은 공간의 형태가 드러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공간에 밝고 어두움이 생기며 사물은 윤곽을 드러난다. 빛의 강도가 강하면 사물의 형태와 윤곽이 명료해지며, 빛의 강도가 약하면 희미한 빛으로 인해 사물의 형태와 윤곽이 모호해지고 인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빛을 가진 공간은 사람들에게 미완의 상태라는 이미지를 주며, 공간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을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비밀스러우며 신비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고 싶다면 빛의 강도를 낮춰서 사물의 형태와 윤곽이 명료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공간은 길이와 너비, 높이로 인해 입체적 방향성을 가진다. 공간의 방향감은 인테리어의 통일된 구조와 시각적 동적 연속성으로 인해 생겨난다. 공간에 놓인 형태의 윤곽, 색채, 질감, 청각적 요소는 시각적 흐름과 함께 방향성을 부여한다. 빛도 공간의 방향성을 만들어 내는 주된 요소의 하나다. 공간에서 빛에 초점을 부여하면 하나의 사물로 인식하게 되고 운동감이 생겨난다. 따라서 공간에서 빛을 잘 활용해 명암의 차이를 부각한다면 공간에 방향성을 유도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장식의 개념은 건축이나 인테리어의 골격에 장식물을 추가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현대의 건축과 인테리어는 단순한 조형미를 추구하면서 빛과 그림자에 의한 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장식의 개념이 바뀌었다. 이러한 개념 아래에서는 빛이 장식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빛의 음영효과는 건축과 인테리어의 구조나 형태가 장식의 역할을 하게 만들며,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유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빛의 특성과 연출방법에 관심을 갖고 고객경험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심심한 공간에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빛으로 확실한 중심영역을 만든다. - 실내공간의 특정 지점에 많은 양의 빛을 비추거나, 빛의 질에 변화를 주면, 그 곳이 공간의 중심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공간의 구심점이되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된다. 사진처럼 물고기 모양의 금속을 비추며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외식공간의 중심적 이미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공간에 임팩트가 없다면 방향성이 강한 빛으로 대비와 초점을 만든다. -  공간의 빛이 2차원적인 선의 형태를 가질 때 밝은 빛이 주위의 어두운 부분과 강한 대비가 생긴다. 밝은 빛 자체가 공간에 선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 최소한의 빛으로 다양한 표정과 장식적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공간을 실제보다 크고 넓게 만들고 싶다면 투명한 재료와 빛을 이용한다. - 빛은 공간을 확장시키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유리와 같은 투명한 재료를 이용하면 공간이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며, 내부 공간끼리 서로 연결되도록 하며, 내부와 외부 공간이 관계가 있도록, 음식점 건물과 자연으로까지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게 만들 수가 있다.



◾공간에 특정한 방향으로 동선을 유도하고 싶다면 빛으로 초점을 만든다. -  빛은 공간에 초점을 만들거나 공간의 다른 특성들과 결합되어 동선을 유도하며 방향성을 갖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공간 내에 빛으로 초점을 만들거나, 비슷한 모양의 빛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빛의 시간적 움직임에 변화를 주거나, 라인조명을 이용하면 공간에 강한 방향감이 느껴지게 된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집중되고 강한 인상을 줄 수가 있다.


빛은 공간의 의미와 상징, 심미성과 공간경험을 만든다.



빛으로 인한 공간경험의 두 번째는 공간의 의미와 상징이 빛을 통해 확실하게 지각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며, 공간 경험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음식점 같은 상업공간은 빛의 의미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빛은 의미는 시대별 세계관, 사상, 종교, 관습, 문화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 공간에서 빛의 의미는 당연히 시대적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다. 빛은 심미적 인식을 유발하며, 감동과 체험을 경험하게 하며,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기능을 한다.상업공간에 빛을 디자인하는 것은 이러한 빛의 기능을 이용해 빛의 의미를 공간에 의도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빛으로 인해 영역감, 공간의 크기와 방향, 위치와 성격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면서 사람들의 공간 경험이 만들어진다. 건축과 인테리어 같은 조형물은 그대로지만 빛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빛을 변화시키면 공간의 형태가 바뀌는 경험이 만들어 진다. 공간에 감각적인 느낌이 생겨나며, 그 장소만의 독특한 패턴,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공간만의 특징을 갖는 빛을 어떻게 연출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적 상상력이 감도는 공간경험을 만들려면 절제된 조형 요소와 빛을 사용한다. - 단순하고 간단명료한 박스 형태나 백색과 같은 최소한의 조형 요소와 함께 최소한의 빛으로 풍부한 고객들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려면 빛을 잘 계산해야 한다. 덜어내고 비워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상업공간에서 필요 없이 많은 빛을 사용하는 것은 순수성이나 시적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순수한 느낌이 감도는 공간경험을 원한다면 창을 크게 만들고 자연상태의 빛을 받아들인다. - 근대 건축사조는 합리적 순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가 조형적으로 단순하게 만들면서 조작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 상태의 빛이 어우러지면 그런 외식공간은 고객들에게 순수하게  느껴진다. 



◾편안하며 관조적인 공간경험을 만들려면 반투명 소재의 간접조명을 사용한다. -  한식당 같은 공간에서 동양적인 전통을 경험하게 만들려면 깊은 처마나 반투명의 소재를 사용하여 직접적인 빛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간접조명을 사용하여 적절한 어둠의 분위기를 만들면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편안하면서 동양적이고 즐거운 대화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루하지 않은 고객경험을 만들려면 변화하는 빛을 디자인 요소들과 결합한다. -  다양한 형태와 성질을 가진 인테리어 요소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결합시키면 외식공간에 질적인 상태변화가 일어난다. 빛의 시간에 따른 변화가 공간의 다른 디자인 요소들과 함께 결합해 감각적으로 체험되며, 특정한 고객경험을 유도할 수 있다.



◾빛 자체로만으로도 공간경험의 질을 높이려면 개구부와 벽체를 빛이 조절되는 형태로 디자인한다. -  공간의 개구부나 벽체를 빛이 조절되는 형태로 만들면 유입되는 빛이 달라진다. 빛은 형태의 입체감이 느껴지게 만들며 사람들에게 공간의 형태와 이미지를 경험하게 만든다.



◾공간에서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을 만들려면 빛의 반사와 투과 성질을 이용한다. - 빛이 공간의 거울 같은 마감재나 색채와 결합하면 투과, 반사, 재반사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재료 본래의 물성(物性)은 사라지고 광선의 움직임만 남게 되며, 환영(幻影, illusion, 감각의 왜곡으로 인하여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적 공간으로 체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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