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랑카위 지역정보 일목요연!
케다(Kedah) 주에 속한 랑카위는 104개의 군도- 5개는 썰물 때만 볼 수 있다-의 주도다. 랑카위는 크게 6개의 지역(Ayer Hangat / Bohor / Kedawang / Kuah / Padang Matsirat / Ulu Melaka)으로 나뉜다. 보통의 지역 안내서나 한국의 여행안내서에는 여행자 거리가 있는 체낭을 중심으로 한 서쪽과 랑카위의 읍내라 할 수 있는 쿠아가 있는 동쪽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서북/서남/동북/동남으로 총 4개 지역으로 나눠 보았다.
섬의 북서쪽은 다시 세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랑카위 유일의 6성급 호텔 다타이와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바닷가 파셔 텡코락이 있는 다타이 베이 지역, 고가의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되어 있는 텔레가 하버와 랑카위에서 꼭 봐야 하는 볼거리로 꼽히는 스카이 캡(케이블카)과 스카이 브릿지가 있는 오리엔탈 빌리지가 자리 잡고 있는 판타이 콕 지역, 여행자들이 비행기로 랑카위로 온다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랑카위 국제공항과 일요일 야시장이 열리는 파당 마시랏 지역이다.
A지역은 고급 리조트들과 현지인의 생활이 지척으로 맞닿아 있다. 여행자 거리인 체낭의 번잡함이나, 현지인들의 읍내인 쿠아가 가진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항과 가까운 파당 마시랏이 그나마 번화하다. 찾아보면 각종 편의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현지인들이 사는데 나쁘지 않지만 현지 정보에 어두운 여행자들이나 외지인들에게는 불편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파당 마시랏의 경우 실제로 여행자들 보다는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랑카위 최대의 여행자 거리 판타이 체낭과 최근 개발이 끊이지 않는 판타이 텡아 지역이 B지역, 남서쪽이다.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필요한 모든 것들이 체낭에 집중되어 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만큼 가장 숙박 요금이 비싼 지역이고, 동시에 가장 번잡하다. 일 년 내내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체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텡아 지역까지 개발 열기가 옮겨가며 1-2년 사이에 많은 숙박 업체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체낭과 텡아 모두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는 바다를 거의 볼 수 없다. 해안도로 따위는 기대하지 말란 뜻이다. 365일 공사가 끊이지 않는 체낭에서 텡아로 이어지는 도로 옆 건물을 지나야 바다를 볼 수 있다. 공사판인 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한낮에는 비치 베드를 빌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 밤에는 파도 소리와 함께 칵테일 한 잔의 낭만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해상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랑카위의 거의 모든 액티비티는 바로 이곳, 체낭과 텡아에서 이뤄진다. (해상 액티비티의 천국이 아니라는 건 미리 말해두자.)
여행자 거리다 보니 모든 서비스와 상품 가격에 거품이 있다. 상점들은 정찰제로 바가지가 거의 없지만, 현지인들의 시장 가격과는 차이가 크다. 체낭에서의 쇼핑은 그것이 무엇이든 권장하기 어렵다. 동남아 여행을 좀 해본 여행자라면 체낭 거리 상점들이 무척이나 낯익을 것이다. 랑카위에서 코키리 인형은 왜 파는 걸까? 랑카위에는 코끼리가 없다. 그래도 살만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술이다. 그나마도 공항보다 저렴한 것이지 쿠아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당장 마실 술을 사려면 길거리 가게나 편의점은 품절 사태가 흔하므로 체낭몰 2층으로 가는 것이 좋다. (무슬림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작은 가게들은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섬의 남동쪽은 랑카위에서 가장 번화하고, 활기찬 지역 쿠아가 속한 지역이다. 각종 관공서, 편의 시설들이 모여있다. 경찰서, 우체국, 도청 같은 정부기관은 물론 은행, 의원(작은 클리닉들), 환전소, 각종 수리 센터, 돼지고기를 살 수 있는 마트-체낭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팔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주류 전문 판매점 모두 쿠아에 있다. 현지 사람들의 민원이나 관공서 업무는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고 그밖에 일생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재화를 구하기 쉬운 곳도 쿠아다.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쿠아에 가장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에게는 랑카위 대표 투어로 알려진 코랄 투어와 다른 지역에서 들고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는 제티가(항구)가 있다. 제티 바로 옆에 랑카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독수리 광장과 랑카위에 얽힌 전설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는 르젠다 공원이 있다. 랑카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빌리온도 지척이다.
쿠아에 대부분의 상점이 거품 빠진 현지 물가로 상품을 판매하며, 식음료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현지인들은 물론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큰 쇼핑몰인 랑카위 퍼레이드와 빌리온에서 체낭이나 공항보다 저렴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할 것!
킬림 자연공원과 구릉라야 산(울루 말라카)이 자리 잡은 섬의 북동쪽 지역은 그야말로 생시골이다.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의 집마저도 드문드문 있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하다. 단! 킬림 자연공원에서 출발하는 맹그로브 투어를 위해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승합차가 빈번하게 드나들고, 말레이시아 항공의 광고 촬영지로 유명해진 탄중루 해변의 비경을 보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랑카위를 동서남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구릉라야(산) 정상의 전망대는 현지 택시나 가이드 차량들이 이동을 꺼려 알려진 바에 비해 매우 한적하다. 와일드 라이프 파크, 퍼다나 갤러리 등의 관광지도 있다.
현재 북동쪽 지역에 이런저런 주거용, 혹은 숙박용 건물의 건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반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공사 도중 자재 조달과 투자 비용 부족 등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기 일수다. 어렵게 완공되더라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현지 물정을 모르는 외부인들에게 아름답고 호젓한 주변 환경과 저렴한 임대비용을 부각해 광고를 하더라만, 보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입주가 다 이뤄지지 않은 건물에 입주했던 외국인이 한 달 동안 서 너번이나 도둑이 들어 결국 다시 이사를 결정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강력 범죄는 잘 일어나지 않는 랑카위지만 보안이 허술한 집에 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자잘한 절도는 빈번하다.
랑카위는 작은 섬지지만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계획적으로 개발되기보다는 그때그때 자본의 유입과 유행에 따라 개발이 진행된 탓이 크지 않을까 한다. 자연생태공원이 있는 북동쪽은 아직도 미개발 지역이 많고 여행자 거리가 있는 체낭 지역은 포화상태다. 기간 시설이나 관공서들이 자리 잡고 있는 시내 쿠아도 점점 팽창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꽤 보인다.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마저도 랑카위의 개발 속도는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고 할 정도니까.
여하튼! 그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여행 계획을 짜고, 장기거주(한 달 살기)에 적절한 위치 선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관업체가 아닌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민간인(?)의 입장에서 정리한 글이니 현명한 여행 및 거주 계획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여행자들을 위해 해당 지역별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장단점을 나름 정리한 표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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