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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di Jul 23. 2016

나날들.


5월 초순부터 7월중순,거진 3개월 정도를 불면증과 요통,경추의 통증,지독한 두통, 그리고 피토하는 토덧과 24시간 지속되는 숙취후 배타고가는 멀미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도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그래도 사람이 그리고 시간이 오묘한 것이라 말그대로 지옥같던 입덧이 조금씩 나아졌다.

내 인생 최대의 질병상태. 약도 못쓰는 질병상태에서 조금 나아지기 시작하자

 슬금슬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해보고 일주일 앓아눕고, 이틀, 해보고 이틀 앓아눕고.

앓아눕는 기간이 짧아지기 시작하자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다.

어제 오늘은 집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짧은 아르바이트를 하고왔다.

돌아오는길에 가끔 헛구역질을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썩 좋아진 것같다.


 아침에 잠깐 일하고 돌아오는데 브런치를 먹으러 두런거리는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이니 2008년도 맨하탄에서 늘 마주치던 커피트럭에서 아침마다 커피 &베이글을 하나사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걷던 길이 생각난다.


 나중에는 아침마다 커피를 늘 사먹다 보니 어느덧 친해진 57번가의 커피트럭아저씨는 베이글이나 머핀을 하나씩 커피에 얹어주곤 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누군가는 서양남자들은 동양여자에게 친절해, 이런말을 하곤하는데, 글쎄. ? 난 그게 그냥 '정'이라고 생각했었어. 여러날 이국에서 와있던, 0.9달러짜리 커피를 주문하는, 매일 만나는 이방인에 대한.  그런걸 다 그렇게 뭉뚱그려말한다면,


 예전 나 인턴때,뚱뚱이 내과 여자레지던트가, EKG판독을 부탁하러 굽신거리던 인턴시절의 우리들을 줄세워놓곤 남자인턴들에겐  웃으면서 정말 더이상 상냥할수없을정도로 친절하게 판독을 해주더니 맨 끝줄에 머리를 조아리며 EKG 판독을 기다리던 나-여자인턴-에겐  약간 째려보더니 말도 씹고 쌩까던 기억도 있는바-덕분에 나는 다시 다른 내과레지던트를 찾아헤매며,EKG 판독을 해주십사 헤매었는데 (수술파트를 도는 인턴의사들의 잡일중의 하나는 다음 수술할 환자들의 심전도(EKG )판독을 병원곳곳 어딘가에 있는 내과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받아내야한다.),- 글쎄, 꼭 그것이 동서양의 차이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이런 내기억에 아주 강하게 각인되어있는 에피소드 하나로만 판단한다면 동양여자들은 남자에게만 친절하다고 결론 내야하는거잖아?  


이야기가 잠시 샜는데, 어느덧 어느정도의 흔들릴 시간, 꿈 꿀 시간을 늘 필요로 하던 내가 어느덧 아기가 생긴다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이 나지않는다. 밤새 토하느라 못잔날에도, 초음파로 아기가 팔다리를 느리게 흔드는것을 볼때도, 영 꿈꾸는 것같다.  이 아이를어떻게 키워나가야할지, 어떤 아이일지 벌써 아이 인생 20년치의 고민과 걱정을 미리 하면서도 말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나의 방황과 꿈은 아주 현실적인 삶에 파묻혀버리진않을까, 그것이 어른이 되는것일까, 기타등등의 아주 묘한 감정이 든다. 요컨대,일하는동안 아기를 봐줄 도우미를 찾는것,남편과 나의 단출하고 zen적인 생활로부터 , 육아로 인해 변할 생활패턴의 변화,이사,앞으로의 경제와 가사세팅,등등을 일과 병행하면서,내가 다시 그림을 그리며 갈고닦거나, 만화가가 되겠다거나,하는(타인들이 좀 이해하지못할수도 있는) 꿈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다.  또 나는 다시 명상센터에서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거나, 히피처럼 살아가거나 하는 꿈을 가지지못하겠지,하는 생각에서부터, 이러다가 나는 나의 이루지못한 꿈들을 씨앗인채로 영 피워보지못하고 무덤에 가져가게 될지도모르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리라고 다짐하면서, 그래도 늦게라도 찾아와준 아가를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에서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담담히 하게된다.



어쨌든 오늘 아침,짧은 알바를 하고 아직 아주 무더워지기전의 아침그늘 아래서 산책을 하고,

사람들이 오가는것을 바라보고,  오늘의 두서없고 퇴고를 거치지않는 거친 글이라도 쓸수 있다는게 즐겁다.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뭔가 creative 한 일들을 할수 있는 사람들은

external 하던 internal하던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중의 하나가, 오늘은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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